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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안열어서 침수, 올해는 열어서 사망사고…오락가락 수문개방

등록 2019.08.01 10: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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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작년에는 수문 안 열어 논란

올해는 수문 여는 바람에 터널 작업하던 작업자 사망

【서울=뉴시스】 지난해 8월28일 신월동 침수지역 현황도. 2019.08.01. (그림=서울시의회 제공)

【서울=뉴시스】 지난해 8월28일 신월동 침수지역 현황도. 2019.08.01. (그림=서울시의회 제공)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 양천구 목동 신월 빗물저류배수터널 사고로 3명이 숨진 가운데 이 시설을 둘러싼 관계기관들의 오락가락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8월에는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빗물저류배수시설 수문을 열지 않아 인근 주택가를 침수시키더니 올해는 관리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문을 임시가동을 하다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가동은 지난해부터 논란거리였다.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시의 이런 태도를 문제 삼은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는 지난해 4월9일 국내 최초로 시공 중인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대심도 지하터널)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임시 가동을 촉구하며 시를 압박했다. 1300억원을 들여 만든 시설을 왜 쓰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당시 주찬식 위원장(자유한국당·송파1)은 "사업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고지배수로와 저지배수로 주변 유역에 대한 빗물받이 시설 확충 등 기습폭우시 지상의 물이 지하배수로로 원활히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선제조건"이라며 조기 가동을 주문했다.

시의회의 촉구에 서울시도 입장을 바꿨다. 시는 지난해 8월22일 19호 태풍 '솔릭(SOULIK)'에 대비하겠다며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가동을 예고했다.

시는 당시 "총 예산 1380억원을 투입한 연장 3.6㎞의 지하대심도 저류배수시설인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을 필요시 즉시 가동한다"며 "주요 시설 공사가 완료되었으므로 이 지역 침수피해가 발생할 정도의 강우가 지속되면 저류배수시설을 가동해 총 32만t의 빗물을 저류할 수 있다"고 시의회 의견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하지만 6일 뒤인 8월28일 폭우가 내렸지만 이 시설은 가동되지 않았다. 빗물저류배수터널 인근 신월1동(36세대), 신월5동(54세대), 화곡1동(39세대) 일대 129세대가 침수됐다. 폭우가 쏟아져 지상저류조 물이 넘치는데도 시와 공사업체가 지상저류조 수문을 열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시의회는 한층 강도 높게 서울시를 다그쳤다.

우형찬 의원(더불어민주당·양천3)은 "집중호우가 발생한 8월28일에는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현장에는 수문 개방을 위한 인력이 없었다"며 "수방대기 인력이 수문 개방을 위해 수문이 위치한 곳에 저녁 8시2분에 도착했으나 이미 비가 잦아들고 있어 수문을 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그러면서 "2010년에 집중호우로 양천·강서지역 6천여 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어 재발 방지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을 만들었지만 결국 서울시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처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며 서울시와 관계 공무원들을 비난했다.

시의회의 잇따른 비판에 서울시는 결국 수문 자동 개방 방식을 적용한 시설 공사에 속도를 냈다. 공정이 늦어지면서 준공시점이 올 5월에서 12월로 미뤄졌지만 임시가동은 이뤄졌다.
【서울=뉴시스】서울 양천소방서에 따르면 31일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서울 시내 공사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작업에 나서 오전 직원 한 명을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서울 양천소방서에 따르면 31일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서울 시내 공사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작업에 나서 오전 직원 한 명을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시와 양천구, 현대건설은 수문 가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상저류조 수위가 일정 수준까지 올라가면 자동으로 수문이 열리는 설비를 갖췄다. 수동 조작이 가능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상저류조 수위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수문을 열어 지하 관로로 터널로 물이 흘러내려가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문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소중한 생명을 잃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다.

올 여름을 앞두고 이 시설을 시범가동 중이던 서울시와 양천구, 현대건설은 지상저류조 수문을 여는 수위 기준을 저장용량의 50~60%로 낮췄다. 당초 70%까지 채운 뒤 수문을 열도록 했지만 수문 개방이 되는지 성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미리 50%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안전불감증이 더해졌다. 장마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지상저류조에 물이 많이 차 있었던 지난달 31일,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씨에도 현대건설은 지하 빗물저류배수터널로 하청업체 직원들을 내려보냈다. 이는 서울시 지침을 위반한 행위였다. 강수확률 50% 이상일 경우나 육안으로 하늘에 먹구름이 확인될 시 작업 중단 후 즉시 철수해야 한다는 서울시 '돌발강우 시 하수관로 내부 안전작업 관리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작업자 동향을 뒤늦게 파악하고 철수시키고 수문을 다시 막으려 했지만 수문은 예정대로 개방됐고 작업자 등 3명이 캄캄한 지하에서 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1년에 걸쳐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노출한 문제점은 서울시의회, 나아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심각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대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장(더불어민주당·성동3)과 소속 위원들은 지난달 31일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보고를 받고 "조속한 시일 내에 저희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긴급현안회의를 개최해 공사 관계자들을 불러 자세한 사고 상황을 보고 받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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