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국방부 브리핑에서 "한국 등 동맹국들, 엄청난 돈 들어가는 괴물"
매티스 연설문 담당자, 저서에서 폭로
"일본과 한국, 미국에 이득 취하고 있어"
"브리핑 참석 틸러슨 국무, 당혹스런 표정 지어"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캐비넷 룸에서 정권 출범 후 첫 전체 각료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다. 2017.06.13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가 지난 2017년 7월 20일 국방부에서 치러진 첫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핵심동맹국들을 '돈먹는 괴물' 쯤으로 폄하하는 발언을 듣고 크게 실망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1일(현지시간)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연설문 담당자였던 가이 스노드그래스가 펴낸 저서 '현상유지:매티스 장관과 함께 한 트럼프의 국방부 내부( Holding the Line: Inside Trump's Pentagon With Secretary Mattis_)'를 인용해 위와같이 보도했다.
당시 브리핑을 지켜봤던 스노드그래스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과 일본이 미 국방에 중대한 기여를 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주한미군의 이전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일본은 주일미군이 오키나와에서 괌으로 이전하는 비용을 일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이 새로운 주일 미군기지를 위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주일 미군이) 괌으로 이전하는 비용의 나머지는 누가 치르는가"라고 물었다. 일본이 비용 전체를 치르지 않는다는 데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 순간 브리핑 장에는 침묵이 흘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국방정책과는 상관없는 무역협정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우리 무역협정은 범죄이다. 일본과 한국은 미국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Our trade agreements are criminal. Japan and South Korea are taking advantage of the United States)"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USS포드 항공모함 비용은 완전히 통제불능 수준이다"라고 내뱉었다.
스노드그래스는 매티스 장관이 브리핑 맥락을 다시 회복하려고 애썼지만, 자신이 원하는대로 트럼프의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고 책에서 회고했다.
브리핑이 모두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수년에 걸쳐 하나의 커다란 괴물이 창조됐다 (This is one big monster created over a number of years)"면서 "일본...독일...한국...우리의 동맹국들은 테이블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Japan … Germany … South Korea … our allies are costing more than anyone else at the table)"고 말했다.
한국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을 엄청나게 많은 미국의 돈을 먹는 '괴물'로 취급한 셈이다.
스노드그래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매티스 장관을 포함해 브리핑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의도했던 메시지는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트럼프는 위와같은 발언 후 느닷없이 프랑스 대혁명 기념 퍼레이드에 참석했던 일을 거론하면서 워싱턴에서도 열병식을 개최하자고 말했다. 이에 매티스는 분명하게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트럼프가 원하는 식의 열병식은 전체주의적 권력과시로 비춰질 수있으며, 납세자들의 귀한 세금은 다른 데 쓰는게 더 낫다고 말했다. 또 열병식이 군의 오랜 전통인 비정치적 입지를 훼손할 수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지난 7월 4일 워싱턴에서 열병식이 실제로 치러졌다.
스노드그래스는 이날 브리핑에 참석했던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위와같은 발언에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팔짱을 낀 채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는 매티스 장관을 바라봤다고 전했다.
또 틸러슨이 재임 기간 내내 자신의 보스인 트럼프 대통령을 바보로 생각하고 있다는 설을 공식적으론 부인했지만, 그날 브리핑 룸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틸러슨이 트럼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의심의 여지없이 느낄 수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매티스와 틸러슨이 트럼프 대통령에 낙담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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