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번째 '여성 부통령 후보'된 해리스....페라로·페일린과 차별점은?
여성, 다인종, 진보 성향 특징
[서울=뉴시스] 바이든과 해리스. 2020.08.12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국 상원의원이 미 대선 역사상 세번째 '여성 부통령 후보'가 됐다. 유색 인종 및 남아시아계로는 사상 처음이다.
해리스가 과연 '실패한 선배들'인 제럴딘 페라로와 세라 페일린과 달리,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리스가 앞서 2명의 여성 부통령 후보들과 가장 다른 점은 역시 '인종'이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아프리카계(자메이카) 아버지와 타밀족 출신의 인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라로와 페일린은 모두 백인이다.
해리스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어린시절 버스를 타고 먼 곳에 있는 백인학교로 등교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백인인 바이든이 인종차별문제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맹비난한 적이 있다. 올해 초 미국 전역에서 경찰의 과잉진압과 흑백인종차별주의를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을때 바이든이 적극적으로 현장에 뛰어들어 시위자들과 대화하고 공감을 표시했던 데에는 해리스로부터 받았던 따가운 비판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인종차별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미국 사회 내에서 첨예한 화두가 된 상황에서 해리스는 페라로 및 페일린과 달리 파트너인 대통령 후보을 위해 흑인 및 유색인종은 물론 중도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모으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해리스는 지난 1984년 월터 먼데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제라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해리스처럼 법조인 출신으로 하원의원이었던 제라로는 당시 '여성'이란 점 이외에는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점이 없었다. 그 스스로도 '여성'이어서 부통령 후보가 됐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이념적으로도 먼데일과 마찬가지로 중도보수 성향이었다.
먼데일과 페라로는 당시 대선에서 배우출신이자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던 로널드 레이건-조지 H 부시에 결국 패배했다.
【데이턴(오하이오)=AP/뉴시스】
새라 페일린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지명자가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존 매케인 대선후보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2008년 대선 때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는 '여성'과 '젊은 보수'가 특징이었다. 1964년생인 페일린이 2008년 부통령 후보가 된 것은 44세 나이였다. 1936년생인 매케인과는 28세 차이이다. 55세인 해리스는 77세인 바이든과 22세 차이가 난다.
페일린이 페라로 및 해리스와 달랐던 점은, 비록 주지사이기는 하나 중앙 정치 무대 경험이 전무했고 전국적인 인지도도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매케인이 페일린을 선택했던 이유는 '보수표 모으기' 였다. 페일린은 비록 인지도가 낮았지만 낙태에 반대하며, 정부의 재정지출 축소를 선호하는 등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매케인의 약점인 고령을 보완할 수있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하지만 공화당의 '중도'를 대표하는 매케인과 '극단적 보수'인 페일린은 유세 기간 내내 불협화음을 드러냈고, 페일린 맏딸의 혼외 임신 스캔들이 불거져 매케인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페일린은 매케인에게 도움 보다는 부담이 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미국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의 역할이나 영향력은 사실 한계가 있다. 대선은 역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평가와 인기가 좌우하기 때문이다. 페라로 때에는 레이건 현직 대통령의 인기를 뛰어넘기 어려웠고, 페일린 때에는 오바마의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 메시지가 압도적이었다.
해리스가 '부수적인' 부통령 후보 위치를 벗어나, 바이든의 단점을 보완하며 과연 돌풍을 일으키며 백악관 입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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