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옳고 그름이란 무엇일까…유아인·유재명 '소리도 없이'
[서울=뉴시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휘몰아치는 전개와 강렬한 볼거리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범죄 영화가 아니다. 극악무도하고 살벌한 살인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공장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듯 합을 맞춰 일사불란하게 시체를 수습한다. 범죄 현장의 뒤처리가 일상이 된 두 남자와 아이러니한 상황이 뒤범벅된 영화 '소리도 없이'다.
영화는 범죄 조직의 뒤처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다.
단골인 범죄 조직 실장 용석의 부탁을 받고 유괴된 초희(문승아)를 억지로 떠맡았는데, 다음 날 용석은 시체로 나타나고 두 사람은 계획에 없던 유괴범이 돼 사건에 휘말린다.
감독은 시체유기, 아동유괴 등의 끔찍한 사건을 무심하고 평온하게 그린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이들에게 뒤처리는 일상일 뿐이라며 자극적이지 않게 묘사한다. 이에 아이러니한 상황과 스토리 구조가 극을 감싼다.
태인과 창복은 누구보다 근면 성실하게 일한다. 계란 장수라는 본업은 있지만,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시체 수습을 하며 살아간다. 범죄를 돕는 일이 일상이 돼 버렸지만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무덤덤하게 사람을 천장에 매달고, 시체 수습을 정성껏 준비한다. 심지어 창복은 신실한 신자로 시체를 매장하면서 고인의 명복까지 빈다.
이러한 부조화는 이들이 납치된 아이를 떠맡게 되면서 극에 달한다. 낯선 사람, 낯선 장소에 끌려온 초희는 두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태인과 창복의 눈치를 살피며 시체를 처리하는 일까지 열심히 돕는다.
졸지에 유괴범이 된 태인은 위험에 처한 초희를 구하러 달려가는 영웅적인 면모까지 보인다. 인물의 일상과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고 규정하기 힘든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과유불급. 얼개는 짜임새 있지만 예상 밖의 결과와 조합이 여기저기서 툭 던져진 채 정리되지 않아 물음표가 남기도 한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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