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잘알]이상훈부터 김하성까지…MLB 포스팅의 역사
7시즌 채운 뒤 구단 허락 얻으면 포스팅 시스템 도전 가능
한국 최초 포스팅 도전은 1998년 이상훈
포스팅 통한 메이저리그 계약은 2012년 류현진이 처음
김하성 (사진 = 김하성 인스타그램 캡처)
김하성은 새해 첫 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 소식을 알렸다. 계약기간 4+1년, 최대 3900만 달러 조건의 계약이다.
이로써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다섯 번째 선수가 됐다.
KBO→MLB 진출 두갈래 길…포스팅 시스템과 FA
FA는 자유롭게 계약을 할 수 있는 신분인 만큼 절차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먼저 고졸은 9년, 대졸은 8년을 KBO에서 채우면 FA 자격을 얻게 된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영입하고 싶은 한국 FA 선수에 대해 KBO에 신분 조회를 요청한다.
한·미프로야구 협정에 따르면 한국선수 영입을 희망하는 미국 구단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통해 KBO에 해당 선수의 신분을 조회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KBO는 해당 선수와 신분을 명시해 답신한다.
해당 선수가 어느 구단과도 계약 협상이 가능한 신분이라는 점이 확인되면 메이저리그 구단은 계약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FA 신분인 만큼 전 소속 구단에 이적료를 지불할 필요도 없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류현진(25)이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몰려드는 취재진을 바라보며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12.12.11
일단 KBO리그에서 7시즌을 채워야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소속 구단의 허가도 필수다. 선수와 구단이 해외 진출에 대한 합의를 하면, 구단이 KBO를 통해 메이저리그 포스팅 공시를 요청한다.
KBO가 선수의 자격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통보하면 사무국은 해당 선수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공시한다. 이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포스팅 대상 선수의 의료기록 제출이 수반돼야 한다.
포스팅 공시 가능 기간은 매년 11월1일부터 12월 5일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는 포스팅 신청기간을 11월10일부터 12월14일로 변경했다.
2017년까지는 비공개 입찰로 가장 많은 포스팅 금액을 적어낸 구단이 단독협상권을 가져갔다. 그러나 2018년 한·미프로야구 협정이 개정되면서 포스팅에 나선 선수들도 FA처럼 다수의 구단과 동시에 협상을 한 뒤 최종 선택을 내릴 수 있게 됐다.
포스팅 금액은 계약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선수에게 제시한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이 중 20%를 전 소속구단에 지급한다.
전체 보장 계약 금액이 2500만~5000만 달러 사이면 2500만 달러의 20%(500만 달러)와 2500만 달러 이상 금액에 대한 17.5%를 더해 전 소속구단에 준다.
전체 보장 금액이 5000만 달러를 초과하면 2500만 달러의 20%(500만 달러), 2500만~5000만 달러의 17.5%, 5000만 달러 초과 금액의 15%를 모두 더해 전 구단에 낸다.
4년, 28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한 김하성의 경우 샌디에이고가 키움에 552만5000달러(약 60억원)를 지급하게 된다.
포스팅은 FA에 비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연한을 빨리 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이에 따라 선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빅리그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가 된다.
대신 FA의 강점은 '비용'이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FA 선수를 영입할 땐 원 소속구단이었던 팀에 내야하는 포스팅비가 없다. 이적료 부담 없이 해당 선수에 연봉만 지급하면 된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MLB 포스팅 도전은?…이상훈
이상훈은 1998년 2월 메이저리그 전 구단에 공시됐다. 그러나 최고 응찰액이 60만 달러에 그치자 원 소속구단인 LG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아쉬운 도전은 계속됐다.
2002년 2월에는 진필중(당시 두산 베어스)이 포스팅 신청을 했지만 응찰한 구단이 없었다.
진필중은 한 시즌을 더 뛰고 다시 포스팅에 나섰지만 2만5000달러를 제시받는 데 그쳤고, 결국 국내에 잔류했다. 같은 시기에 도전장을 냈던 임창용(당시 삼성 라이온즈)도 응찰액 65만 달러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했다.
포스팅을 통한 첫 계약은 2009년에 이뤄졌다. 다만 일반적인 포스팅과는 달랐다.
당시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최향남은 101달러의 상징적인 금액만 제시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마이너 계약이었고, 끝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한국프로야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건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2012년 말 포스팅 금액 2573만737달러를 제시한 LA 다저스와 협상을 벌였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한국 선수를 데려가기 위해 이 정도의 대우를 했다는 점은 당시 신선한 충격으로 여겨졌다.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던 것은 물론이다. 류현진은 결국 6년 총액 3600만 달러의 계약에 성공했다.
류현진의 초대형 계약 이후 KBO리그 출신 선수들은 다시 빅리그의 문들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에게도 그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2014년 말 김광현(당시 SK 와이번스·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응찰액은 샌디에이고가 적어낸 200만 달러였다. 기대에 못 미치는 금액에도 포스팅 결과를 수용했지만, 연봉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국내에 남았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협상 테이블도 차려보지 못했다. KIA는 기대보다 크게 낮은 포스팅 금액을 수용하지 않았고, 양현종도 이를 따랐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넥센 히어로즈 유격수 강정호가 미국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계약을 완료하며 메이저리그(MLB) 진출에 성공했다. 피츠버그 구단은 16일(현지시각) 강정호와 '4+1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으로 발표하고 강정호의 사진을 구단 SNS에 게재했다. 2015.01.17. (사진=피츠버그파이리츠트위터 캡쳐)[email protected]
강정호는 피츠버그와 4+1년, 최대 1650만 달러의 조건에 사인했다.
이듬해도 도전은 계속됐다. 희비는 계속 엇갈렸다.
【미니애폴리스=AP/뉴시스】미국프로야구 미네소타 트윈스와 입단 계약을 맺은 박병호(29)가 3일(한국시간) 미니애폴리스 미네소타 타깃 필드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5.12.03.
같은 시기 롯데 자이언츠에서는 손아섭과 황재균(현 KT 위즈)이 나란히 메이저리그 진출의사를 밝혔다. 롯데는 손아섭에게 먼저 포스팅 기회를 줬지만 응찰 구단 없이 마무리됐다. 이어 황재균이 포스팅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응찰에 실패했다.
이후 잠잠했던 포스팅 도전에 다시 불을 지핀 건 2019년 김광현이다.
앞서 한 차례 실패의 아픔을 겪었던 김광현은 두 번째 도전에서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에 사인하며 마침내 빅리거의 꿈을 이뤘다.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의 원소속팀에 건넨 이적료는 160만 달러다.
김재환(두산 베어스)도 2019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으나, 무응찰로 무산됐다.
올해는 김하성과 나성범이 포스팅을 선언했다. 이미 소속팀을 찾은 김하성과 달리 나성범은 아직 메이저리그 구단과 협상을 완료하지 못했다.
나성범의 협상 마감 시한은 오는 10일 오전 7시다. 만약 협상 만료일까지 계약에 이르지 못할 경우 포스팅은 종료되고, 나성범은 올해 11월1일까지 포스팅 될 수 없다.
※스잘알은 '스포츠 잘 알고 봅시다'의 줄임말로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와 함께 어려운 스포츠 용어, 규칙 등을 쉽게 풀어주는 뉴시스 스포츠부의 연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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