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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나 좀 데려가주세요…' 몸도 마음도 얼어붙은 유기견들

등록 2021.03.15 14: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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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뉴시스] 김동현 기자 =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유기견들이 사람이 오자 짖고있다. 2021.03.15. dhyeon@newsis.com

[춘천=뉴시스] 김동현 기자 =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유기견들이 사람이 오자 짖고있다. 2021.03.15. [email protected]


[춘천=뉴시스]김동현 기자 = "사지말고 입양하면 좋겠어요. 버려지는 유기견들이 너무 많아서 너무 안타깝고, 빨리 좋은 주인이 나타나 강아지들이 새 삶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5일 강원 춘천시 신북읍 동물보호센터.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에 위치한 센터 주변은 고요했다. 입구로 들어서기도 전 강아지들은 인적이 그리운 듯 울부짖었다.

센터 입구에는 코로나19 출입명부와 각종 분양 안내서류들이 놓여 있었다. 

수의사와 미용사 등 직원 7명이 근무하는 센터는 관리동과 보호동으로 나뉜다. 오전에는 변을 치우는 등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분주했다.
[춘천=뉴시스]김동현 기자 =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입소실에유기견이 힘없이 누워있다. 2021.03.15. dhyeon@newsis.com

[춘천=뉴시스]김동현 기자 =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입소실에유기견이 힘없이 누워있다. 2021.03.15. [email protected]


관리동 입소실로 들어서자 지난 주말 길가에서 구조된 유기견 3마리가 있었다. 이들은 짖을 힘도 없는지 방문자의 눈 만 쳐다보고 있었다.

눈을 계속 마주치니 당장이라도 입양해야 할 것 같았다. 취재가 아니라 입양하러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동 입소실은 야간과 주말에 들어오는 유기동물이 있는 곳이다. 입소실에서 관리를 받은 뒤 다음날 보호동으로 옮겨진다.

 유기견이 많이 있는 보호동에 들어섰다. 순간 케이지에 갇힌 유기견들은 '나 좀 데려가 달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 크게 짖었다.

대형견과 맹견은 케이지당 한 마리씩 들어간다. 그외 소형견은 4~5평 남짓한 케이지에 4마리 이상이 들어간다.
[춘천=뉴시스] 김동현 기자 =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동물보호센터에 사람이 오자 유기견들이 짖고있다. 2021.03.15. dhyeon@newsis.com

[춘천=뉴시스] 김동현 기자 =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동물보호센터에 사람이 오자 유기견들이 짖고있다. 2021.03.15. [email protected]


유기견종은 잡종견부터 몰티즈, 푸들 등 다양하다. 이들 유기견은 케이지 유리벽에 올라타며 센터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불안한 나날들 탓일까, 유기견들의 눈은 대부분 충혈돼 있었다.

좁은 케이지에 여러 마리가 있다보니 싸움도 빈번하다. 유기견들은 새 주인을 찾을 때까지 보호동 케이지에 갇혀있다.

미용사 백성숙(45)씨는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에서 많이 안타깝다"며 "사람에게 버려진 탓에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유기견들이지만 강아지를 키우려고 하는 분들은 사지말고 꼭 입양했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춘천=뉴시스] 김동현 기자 =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유기견을 입양하려는 이들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1.03.15. dhyeon@newsis.com

[춘천=뉴시스] 김동현 기자 =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유기견을 입양하려는 이들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1.03.15. [email protected]


3시간을 기다렸더니 입양 상담을 받으러온 사람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으러 온 50대 A씨도 보였다. A씨는 "진돌아, 가자"라며 자신의 개를 서둘러 차에 태우려고 했다. '진돌이'도 안도감이 들었을까, A씨의 옆에 주저앉았다. A씨는 이런 진돌이를 달래며 집으로 데려갔다.

진돌이는 지난 13일 가로수에 묶여있던 목줄이 풀리면서 길을 잃었고, 동물보호센터로 왔다. 이처럼 대부분의 유기견들은 긿을 잃거나 주인에게 버려져 센터로 옮겨진다.

[춘천=뉴시스] 김동현 기자 =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견이 주인을 찾았다. 2021.03.15. dhyeon@newsis.com

[춘천=뉴시스] 김동현 기자 = 15일 오전 강원 춘천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견이 주인을 찾았다. 2021.03.15. [email protected]


센터는 유기견이 길에 있다는 신고를 받으면 포획틀을 들고 현장으로 간다. 포획틀 안에 놓인 먹이를 보고 유기견들이 들어오면 구조에 성공하는 것이다.

센터에서 나와 밖을 한 바퀴 돌아보니 강아지놀이터와 입양센터가 보였다. 강아지놀이터는 유기견이 아닌 일반 강아지들이 와서 놀 수 있는 곳이다.

입양센터는 원만한 입양을 위해 관련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카페처럼 커피를 마시며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돼 있다.

강아지놀이터와 입양센터는 4월부터 본격 운영될 계획이다.

 센터에 있는 유기견은 170여마리다. 가장 오래된 유기견은 2년 전 센터에 입소했다.

지난해에는 596마리가 센터에 들어왔다. 이 중 자연사한 개는 88마리다. 인도적 처리, 즉 안락사는 51명마리로 집계됐다.

강아지 놀이터, 강원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강아지 놀이터, 강원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통상 몇 달이 지나면 안락사를 하지만, 춘천시 동물보호센터는 최대한 안락사를 하지 않고 입양을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5일 농림축산심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1만8000여마리가 유실·유기 동물이 됐다. 이 가운데 개가 73%이고, 고양이는 26%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 보호와 유실, 유기 방지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반려동물 등록제 등록을 꺼리는 남녀도 더러 있다. 절차가 복잡하고 등록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양 희망자는 춘천시가 추진하는 유실·유기동물 입양비 지원 사업을 신청하면 입양 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입양 후 3개월 이내 영수증 첨부 후 입양비를 신청하면 받을 수 있다. 처리비용이 25만원 이상일 경우 15만원까지 지원되며 25만원 미만일 경우는 총 금액의 60%(최대 15만원)까지 지원된다.

영수증 첨부가 가능한 항목은 진단비, 치료비, 미용비 등이다.

 센터에서 나왔다. 그러나 뒤에서 짖어대는 유기견들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춘천시 동물보호센터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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