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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카메라 앞에서 거친 설전…"취재진 남아라" 의전 분쟁도

등록 2021.03.19 12:24:29수정 2021.03.19 1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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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기본적 가치 공격…규범에 기초한 질서 위협"

中 "美가 세계 여론 대표하지 않아…내정 간섭 거부"

[앵커리지=AP/뉴시스]토니 블링컨(오른쪽 두 번째) 미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 등과 함께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캡틴쿡 호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 참석해 양제츠(왼쪽 두 번째)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과 회담하고 있다. 2021.03.19.

[앵커리지=AP/뉴시스]토니 블링컨(오른쪽 두 번째) 미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 등과 함께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캡틴쿡 호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 참석해 양제츠(왼쪽 두 번째)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과 회담하고 있다. 2021.03.19.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 첫날부터 팽팽한 긴장감 속에 마무리됐다. 양측은 각국의 체제와 인권을 비난하며 날선 설전을 벌였다.

AP와 폴리티코, CNN, ABC 등에 따르면 미·중 양측은 18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 캡틴 쿡 호텔에서 발언 시간을 넘겨가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회담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 왕이 국무위원이 참석했다.

양측은 당초 각각 2분씩 모두발언을 할 예정이었으나, 초반부터 분위기가 달아오르며 30분이 넘게 공방을 벌였다. 블링컨 장관은 회의 초반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강화'를 거론하며 중국에 "시스템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 개념의 반대로 '승자 독식(winners take all)'을 꼽고, "이는 우리 모두에게 더 폭력적이고 불안정한 세계"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중국이 세계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난이다.

블링컨 장관은 또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홍콩과 대만, 신장 문제를 거론, "이런 행동은 세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규범에 기초한 질서를 위협한다"라며 "그 문제들은 '내정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평소 이 문제가 부상할 때마다 중국이 내세워온 '내정'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경제적 강요'와 미국을 상대로 한 '사이버 공격'도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 포함됐다. 역시 회담에 참석한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이 "기본적인 가치를 공격한다"라며 "분쟁을 추구하진 않겠지만, 우리는 극심한 경쟁을 환영한다"라고 했다.

중국 측도 거세게 반박했다. 양 정치국원은 지난해 부상한 구조적 인종차별 문제를 거론, 미국에서 흑인들이 '학살당하고 있다(slaughtered)'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이 최근 '(genocide·인종청소)'라고까지 칭하며 위구르 문제를 제기한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양 정치국원은 또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냉전적 사고(Cold War mentality)'라고 칭하고, "내정 간섭을 단호히 거부한다"라고 못박았다. 신장과 홍콩, 대만이 중국 영토와 불가분의 관계라는 입장도 피력했다. "미국은 '우월한 입장'에서 중국과 대화할 자격이 없다"라고도 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은 국제적인 대중 여론이나 서방 세계의 여론을 대변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또 미국의 중동 정책이 혼란과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미국 내 많은 국민이 실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발언도 등장했다.

양 정치국원은 이와 함께  "중국은 미국 측의 부당한 비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미국의 중국 상대 행보가 양국 관계를 "전례 없는 어려운 기간에 들게 했다"라고 발언했다.

역시 회담에 참석한 왕 위원 역시 미 행정부를 향해 "중국의 내정 문제에 고의로 간섭하는 행동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라고 했다.

이날 설전이 길어지며 양측은 언론 출입을 두고도 날을 세웠다. 블링컨 장관은 취재진이 회담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남아 있으라고 요청하고 중국의 행보를 미국과 그 동맹·파트너 국가의 우려로 지목했다.

이에 양 정치국원은 미국 쪽이 의전 약속을 어겼다며 눈에 띄게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무부는 중국 측이 기존에 합의한 발언 시간을 어겼다며 "이목을 끄는 데 열중하고, 실체보다 연극 같은 행동에, 공개적인 연극에 초점을 둔다"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의 모두발언 시간은 약 10여 분, 양 정치국원의 모두발언 시간은 약 18분으로 알려졌다. ABC는 "카메라를 앞에 두고 벌어진 비외교적 설전은 미중 관계의 깊은 경색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 고위 당국자들이 미국 땅에서 최초로 대면한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크다. 양측은 이날에 이어 현지 시각으로 19일 오전(한국시간 20일 새벽)까지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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