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향해 조준사격"…이어지는 5·18계엄군 양심선언(종합)
조사위, 출범 1년여만 첫 성과보고회
민간인 학살 등 진술 확보해 확인 중
9718권, 72만 페이지 자료 입수 검토
조사위 "나머지 법정과제도 조사예정"
"당시 계엄군 2000명 증언 확보 계획"
"장·사병 용기있는 고백·증언 이어져"
[서울=뉴시스]김형수 기자 =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진상조사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송선태 위원장(가운데)이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종철 부위원장, 송 위원장, 이종협 상임위원. 2021.05.12. [email protected]
조사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조사위 대강당에서 성과보고회를 열고 "증인조사, 현장조사 등 방식으로 7가지 법정과제, 12개 직권조사를 실시한 결과 광주 시위 진압 당시 시민이 살상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5월 본격 조사에 착수한 조사위는 그간 두 차례 활동 보고서를 낸 적은 있지만 기자회견을 열어 성과를 직접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조사위는 5·18민주화운동 진압에 투입됐던 특수부대들이 시위대를 향해 조준사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조사위는 "제3공수여단과 제11공수여단이 1980년 5월께 주요 건물 옥상에 M60기관총을 설치하고 저격수를 배치하는 등 방식으로 시민을 살상하고 시위대를 향해 조준사격했음을 인정하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제3공수여단의 경우 1980년 5월20일 오후 10시 이후 광주역과 같은달 22일 이후 광주교도소의 감시탑과 건물 옥상에 M60기관총 설치, M1에 조준경을 부착해 시민을 살상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제11공수여단은 같은달 21일 오후 1시께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직후에 금남로 주요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해 시위대를 향해 조준사격했음을 인정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조사위는 전했다.
조사위는 "5·18 계엄군이 M16 등을 이용했다는 사실은 기존에도 알려져 있었지만 칼빈(광주 시민군이 주로 사용했던 소총 종류)과 구격이 같은 M60까지 사용했다는 건 이번에 처음 밝혀진 사실"이라며, "그전엔 사체에 남겨진 사출구, 사입구 크기를 보고 칼빈을 소지한 시민군끼리 교전해 사망한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번 발견으로 인해 달리 여겨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교도소에선 교도소를 오가는 차량과 민간인들을 상대로 무차별 사격이 가해지는 등 최소 13차례 이상의 차량피격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 가능한 증언과 문헌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허연식 조사2과장은 이날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복수의 진술을 통해 신원 불명의 신혼부부가 고속도로를 지나가다 총격에 의해 사망했고 현장에 매장됐다는 내용도 발견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진술을 종합하면 민간인 최소 30~60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광주봉쇄작전 당시 발생한 '송암동 민간인 학살사건'에는 만 4세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학살 및 암매장이 발생해 조사위가 피해 실상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주 조사1과장은 "1980년 5월24일, 송암동 오인사격 이후 보복살해가 있었는데 당시 보리밭 너머에서 놀고 있던 3~4명의 어린이에 대한 사격도 이뤄졌다"며 "최소 4명 정도의 어린이 관련 사건을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학살 당시 생긴 민간인 시신 처리 방법에 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잔혹함과 시민들의 분노, 항쟁이 끝난 뒤 광주 모습이 담긴 영상이 38년만인 지난 2018년 5월9일 오후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3에서 처음 공개됐다. 시민들과 계엄군들이 대치를 하고 있다. 2018.05.09. (사진=5·18민주화운동기록관 공개 영상 촬영) [email protected]
'충정작전'과 '대침투작전'의 병행 실시 등이 광주봉쇄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학살 사건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위는 이날 법정과제 조사 내용을 설명한 뒤 지금껏 나왔던 증언 모음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약 4분 가량의 영상으로 송암동에서 어린아이를 사격한 사람, 광주교도소에서 제3공수 계엄군이 암매장한 현장을 목격한 사람 등의 음성이 담겼다.
이들은 영상에서 "(계엄군) 명령 지휘자들이 '쏴 죽여버려지 왜 데리고 내려왔냐'고 말했다", "미니버스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확인사살했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는 등의 내용을 전했다.
조사위는 5·18진상규명특별법에 명시된 11개 법정과제 가운데 7개 법정과제, 5·18민주화운동 당시 최초 발포와 집단 발포 책임자 및 경위 조사를 포함한 12개 직권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를 위해 위원회 출범준비단에서 인수한 2026권 41만1283쪽 분량의 자료와 위원회 출범 이후 7692권 30만8778쪽 자료를 추가 입수해 총 9718권 72만여쪽의 자료를 검토했다. 전일빌딩 등 총 124개 기관과 사건 현장을 방문하는 등의 조사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 관계자는 "이미 확보한 증언뿐 아니라 1980년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2만353명의 계엄군 중 10%에 해당하는 2000명 이상의 유의미한 증언 확보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계엄군과 경찰의 피해 조사, 5·18민주화운동의 은폐 왜곡, 조작 사건 등 나머지 4개 법정과제에 대해서는 개정된 특별법 시행령이 확정되고 조사인력이 충원되면 직권조사 개시 결정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 측은 "과거 5·18민주화운동 진상조사가 신군부 및 계엄군을 대상으로 한 선택과 집중, 즉 하향식 조사였다면, 현재는 신군부 책임자는 물론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장·사병, 피해 시민들까지 조사하는 포괄적·상향식 조사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송선태 위원장은 이날 "(1980년 당시) 장·사병의 용기 있는 고백과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비록 41년 간 무겁고 고통스런 기억을 담고 살아왔지만 지금이라도 진실을 고백해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이들도 많다"며 "저격수로 배치돼 시위대를 조준사격해 살해한 당시 병사 등이 피해자와 유족을 만나 진실을 고백하고 사죄하겠다는 뜻을 밝힌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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