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전세⑥]전문가들 "꼬일 대로 꼬였다…규제라도 풀어야"
전세 불안 원인 복합적이라 해결책 난망 지적
입주부족·임대차법·청약대기·의무거주 등 원인
월세화 가속화 지적도…월세 비중 29.3→33.5%
전세수급지수 5주째 상승…"앞으로가 더 문제"
"신규공급 한계…규제 풀어 당장 급한 불 꺼야"
거주의무·다주택자 규제 완화 필요하단 지적도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매물은 줄어들고 가격은 치솟고 있어서 작년 하반기 나타났던 '전세대란'이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시장 불안의 원인이 워낙 복합적인 만큼 해결책 또한 한 가지로 처방 내리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21일 기준)에도 0.09% 올라 2019년 7월 첫째 주부터 104주 동안 단 한주도 쉬지 않고 상승했다.
최근 들어서는 매물 감소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16건으로 두 달 전(2만3434건)에 비해 12.0% 감소했다. 서울 동작구는 두 달 사이 전세 매물이 39.7%(843→504건) 증발했고, 은평구도 38.3%(816→504건) 줄었다.
전세 공급 부족을 보여주는 지표도 악화일로다. 부동산원의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이번주 110.4로 5주 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최근 상황이 수요에 비해 전세 공급 물량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최근 전세시장 불안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합쳐진 결과다.
우선 전문가들이 전세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게 입주 물량 부족이다. 전세 수급에 가장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입주 물량인데 올해 상반기 입주 물량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고, 올해 하반기도 마찬가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3023가구로 지난해 하반기 2만2786가구에 비해 1만 가구 이상 적다.
청약 대기수요도 전세시장에 부담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전청약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를 노리는 예비청약자들은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특히 지역 우선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으로 전세 수요가 한꺼번에 쏠리면서 전세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임대차3법도 선한 의도로 도입됐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다. 작년 7월 시행한 전월세상한제는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할 때 임대료 상승률이 5% 이하로 제한된다.
반면 신규 전세 계약을 맺을 때는 상승률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중 가격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새로 계약을 체결하는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대폭 올려 받으면서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초 저금리와 세 부담 증가에 따른 월세화의 가속화도 전세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5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7만8849건이었다. 이 중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는 2만3116건으로 전체의 29.3%를 차지했다. 반면 올해 5월까지(6월24일 기준) 전월세 거래 총 6만7799건 중 월세 거래 비중이 33.5%(2만2700건)로 증가했고, 전세 비율은 그 만큼 줄어들었다. 임대차법 시행 후에 전세 거래 비중이 줄고 월세 거래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부동산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1만9734건으로 한 달 전 2만1396건에 비해 7.76%(1662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22일 서울의 부동산 업체가 밀집한 상가에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2021.06.22. [email protected]
정부는 지난 2018년 8·2대책을 통해 1주택자 양도세 면제 요건에 2년 실거주 의무를 추가했고, 작년 6·17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에 대해 6개월 내 전입하도록 했다.
여기에 최근 서초구발 재건축 이주 수요가 가세하면서 전세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은 서초구 전셋값은 이번 주에도 0.36%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인근 지역으로 전세난이 번지면서 동작구(0.19%)와 송파구(0.15%)까지 밀어 올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전세시장 불안요인을 작용하는 만큼 해결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지난해 11·19 대책을 통해 내놓은 전세 공급대책도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는 거의 없고 공급 일정도 불투명해 공급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공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전세난을 부채질하는 실거주 규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게 그나마 현재 전세시장을 조금이나마 안정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부동산114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공급 부족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와 전월세 상한제의 계속된 진통, 청약대기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 전세난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급은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급 문제에서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며 "그렇다면 거주 의무 부분을 완화해주는 형태로 시장의 재고 주택들이 전월세 시장에 원활하게 나올 수 있게 유도하고, 청약 대기 수요의 경우 지역 우선 요건을 완화해 수요를 분산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세 시장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세 부담이 강화되면서 전세가 없어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전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 또다시 매매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차3법과 세 부담 강화 등으로 전세시장이 계속 꼬여만 가고 있어 단기간에 전세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규 매물은 공급할 수 없으니 매물을 순환시키려면 전세 시장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게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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