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역사전쟁 득실…지지층 결집-중도층 이탈
李·尹, 지지층 결집·국면전환 '윈윈'
불안한 리더십·정체성 한계 노출도
'국민 갈라치기 역풍' 지적도 존재
[서울=뉴시스]
역사전쟁이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색깔론 논쟁으로 비화되면서 반(反)이재명 연대와 처가 리스크 등 악재에 대한 세간의 주목도를 낮추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지만 '불안한 리더십(이재명)', '정체성 한계(윤석열)'에 대한 지적도 커지고 있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모두 내년 3월 대선 승리를 위해 특정 정당과 정치인, 이념에 대한 지지 색채가 옅은 중도층을 껴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중도층의 관심사에서 이탈한 역사전쟁은 두 대선주자 간 유불리는 쉽사리 따지기 어렵게 하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경남 안동 이육사 문학관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는 달라서 사실은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다시 그 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는가.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발언은 자연스레 보수 야권의 반발을 야기했다. 야권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충격적인 역사인식이라고 공세에 돌입했고 부인 엑스파일 논란과 장모 법정구속 등으로 국면 전환이 필요한 윤 전 총장도 이 지사 비판에 동참했다.
윤 전 총장은 4일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이 지사도 이어받았다"며 "대한민국이 수치스럽고 더러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한국을 잘못된 이념을 추종하는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해방 당시 점령군으로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한반도에 주둔했던 미군과 현재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군은 성격이 완전 다르다면서 야권과 윤 전 총장이 발언을 왜곡해 색깔론 공세를 하고 있다고 역공에 나섰다.
공정을 매개로 반문 성향 중도층, 이른바 탈진보층까지 외연 확장을 노리고 있는 윤 전 총장에게 강성 보수 또는 중도층이 거부감을 보이는 색깔론 프레임을 강요하면서 확장에 사실상 태클을 건 셈이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1.07.06. [email protected]
야권은 이 지사가 의도적으로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에서 "이 지사가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대해 친일세력과의 합작이라고 단정 지은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겠다"며 "국민 분열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고자하는 매우 얄팍한 술수"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지사의 거침없는 발언을 두고 '불안한 리더십'을 부각하려는 당 안팎의 시도도 거세지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5일 '점령군' 발언에 대해 "지도자는 자기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생각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당을 대표하는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기본적 안정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야권 대선 주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지금 이 시점에 점령군 운운은 반미 운동을 부추기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대통령 후보로서는 여야를 떠나서 이재명 지사의 발언은 경솔한 발언"이라고 날을 세웠다.
중도 외연 확장을 도모하던 윤 전 총장은 이번 공방에서 '우클릭'을 택했다.
[대전=뉴시스]최진석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2030 의견청취' 간담회에 참석해 원자핵공학과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1.07.06. [email protected]
정치 입문 이후 첫 위기인 처가 리스크 국면을 전환하면서 반신반의하던 보수층에게 '자유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정체성을 확고히 보여준 셈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보수 진영의 핵심 담론 중 하나다. 그는 앞선 출마 선언문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한 반문 결집을 촉구하면서 보수 진영의 핵심 담론인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와 중도, 탈진보층을 겨냥한 공정을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한편 두 후보간 공방이 국민의 반발을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6일 "반공 아니면 민주, 친일 아니면 애국, 이런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국민들을 갈라서 본인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고 하는 시도를 국민은 굉장히 싫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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