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상 시계 빨라진다
이르면 10월 예상
한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채 증가 속도 막아야"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는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이 안개에 뒤덮여 있다. 2021.08.29. [email protected]
25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은은 이르면 다음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의 '금융안정 보고서(2021년 9월)'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잔액) 비율은 217.1%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11.2%포인트 상승했다. 1975년 통계편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주체별로는 가계가 105.6%로 1년 전보다 7.4%포인트 상승했고, 기업이 111.6%로 1년 전보다 4%포인트 올랐다. 가계·기업·정부가 한 해 번 돈 모두 끌어모아도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빚이 불어났다는 얘기다.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72.4%로 전년 동기 대비 10.1%포인트 증가하는 등 채무상환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가계 빚만 빠르게 쌓인 결과다. 반면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44.0%로 2.4%포인트 하락했다. 주가상승 등에 따른 금융자산 증가의 영향이다.
한은은 이 같은 가계부채 급증이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내다봤다. '임계수준' 이상 부채를 가진 차주는 소득대비대출비율(LTI) 기준으로 6.6%,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으로 6.3%에 달했다. 저소득층, 20·30대 청년층 비중은 각각 14.3%, 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해도 가계와 기업의 채무상환 부담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은이 대출잔액 및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활용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규모 증가폭을 시산한 결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시 이자가 지난해 말 대비 각각 2조900억원, 5조8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준금리를 현재의 0.75%에서 0.25% 추가 인상할 경우 차주 1인당 연간 이자부담규모는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거시경제 및 금융불균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경우 가계, 기업 및 금융부문의 안정성이 유지될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금융불균형 완화에 기여할 전망"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및 기업의 채무상환부담, 금융기관의 복원력 변화 등을 살펴본 결과 가계, 기업 및 금융기관들이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계 부채 증가를 잡기 위한 약발도 떨어졌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막기위해 2017년 강화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규제는 강화됐지만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가계대출, 주택가격 상승세는 확대 됐다. 실제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7년 1분기 8.9%에서 2019년 4분기 3.5%로 감소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020년 1분기 4.9%에서 올 1분기 6%로 증가했다.
[서울=뉴시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6일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아시아 주요 국가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한은 관계자는 "DTI 규제가 가계대출 및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 최근 들어서는 그 영향의 크기 및 지속 기간이 과거보다 약화했다"며 "거시건전성 조치의 효과가 약화된 것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금융지원을 위한 거시건전성정책이 함께 시행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오는 10월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낮춘 뒤 14개월 동안 이를 유지해 왔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정책조합 사례를 보면 가계대출 규제와 통화정책이 조화를 이루면서 가계대출과 주택가격에 유효한 영향을 미쳤다"면서 "코로나19 이후에는 과거와 달리 완화적 통화정책이 시행되는 가운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계대출 및 주택가격에 미치는 효과가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1년 넘게 지속된 저금리 기조가 가계대출,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한은은 위험·수익추구 성향 완화 등을 위해 금융완화 정도를 축소하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불균형 심화, 경기회복 움직임 등 달라진 금융·경제 여건에 맞춰 일부 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해야 한다"며 "아울러 가계대출 규제 시행 과정에서 풍선효과가 커지지 않도록 규제 차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 기조를 지목하고,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남은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는 10월 12일, 11월 25일 등 두 차례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 가계부채 등 금융시장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만큼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한다고 한 만큼 10월 보다는 11월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그동안 금통위에서도 두 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적이 2007년 7월, 8월로 한 차례 밖에 없기 때문에 8월 인상후 10월 인상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이주열 총재 임기가 끝나기 전인 2월에 한 차례 더 올려 1.25%까지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종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방역당국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8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며 "과거 경험을 유추하면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관망하는 패턴이 있지만 올해 통화정책 정상화 시도는 금융안정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한 차례 인상으로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 두 차례는 인상 후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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