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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나온 아빠…붕괴 사고 실종자 가족 애타는 설날

등록 2022.02.01 11:42:02수정 2022.02.01 16: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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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안돼 미안한 마음…떡국 삼킬 수 없어

마지막 모습 그리워하며 집안 흔적 그대로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붕괴 19일째이자 설 연휴 첫날 29일 사고 현장에 모인 피해자 가족들이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아 쥔 채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01.29.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붕괴 19일째이자 설 연휴 첫날 29일 사고 현장에 모인 피해자 가족들이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아 쥔 채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01.29.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영주 김혜인 기자 = "아빠가 꿈에 나와 엄마랑 손녀한테 잘하라고 부탁했어요. 마치 작별 인사하는 것처럼요."

설날인 1일 오전 광주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아파트 16개 층이 한꺼번에 무너져 현장 작업자들이 매몰된 지 3주가 흘렀다.

이날 사고 현장 주변 천막에는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가족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은 더 빨리 구하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에 설날이지만 떡국 한 그릇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없다.

먼발치에서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를 바라보며 애타게 구조 소식만 기다릴 뿐이었다.

한 실종자의 자녀 A씨는 꿈에서 만난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A씨는 "며칠 전 꿈에서 휴대전화 너머로 아빠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손녀랑 엄마에게 잘하라고 부탁했다. 마치 작별 인사를 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너무 춥다'고 했다"며 "꿈에 나오셔서 곧 구조되나 했는데 아직도 생사를 알 수 없어 가슴이 무너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A씨는 "아직 베란다에 아빠가 피다만 담배 한 갑이 남아있다"며 집 곳곳에 남아있는 아버지의 흔적을 되새겼다.
 
또다른 실종자의 자녀 B씨도 아버지의 빈 자리를 그리워하며 쓸쓸한 설을 보내고 있다.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현장, 공사 중에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현재 6명이 소재불명 상태이지만 구조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수색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2022.01.12.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현장, 공사 중에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현재 6명이 소재불명 상태이지만 구조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수색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2022.01.12. [email protected]



B씨는 붕괴 사고 바로 전날인 10일 아버지와 함께 저녁시간을 보냈던 당시를 떠올렸다.

B씨는 "저녁 식사 이후 거실에서 TV를 보며 졸고 계신 모습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며 "평소에 '고층에서 일하니까 다리가 너무 아프다. 춥다'는 말씀을 하셔서 다리를 주물러드린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서 이 생활에 적응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어머니께서 아프셨다. 저도 밤에 혼자 잠들기 전에는 감정이 복받친다"고 했다.

B씨는 "설 전까지는 모두 구조될 거로 생각했는데 벌써 3주가 흘렀다"며 "어제 어머니께서 '살아계시든 돌아가셨든 집에서 상을 차리는 것을 보고 아빠가 힘을 냈으면 좋겠다'면서 상을 차리기 위해 집에 잠시 다녀오셨다"고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다른 실종자 가족들 덕에 힘이 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다 같이 누가 먼저 구조되더라도 힘을 합치자고 했다. (실종자 가족들이)한마음으로 연대하자고 했다"며 "최근 양산에서 일어난 붕괴 사고를 보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다. 저희 아빠의 사고를 봤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아빠가 현장에서의 안전 수칙 개선 등 세상을 바꾸기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이 바뀌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11일 오후 3시 46분께 광주 화정아이파크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구조물 등이 무너지면서 하청 노동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6명 중 2명은 수습됐으나 숨졌고, 나머지 4명은 아직 현장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붕괴 19일째이자 설 연휴 첫날 29일 사고 현장에 모인 피해자 가족들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01.29.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붕괴 19일째이자 설 연휴 첫날 29일 사고 현장에 모인 피해자 가족들이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01.29.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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