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결산]③국감장 출석한 피감기관 중 33%는 질문 못받고 돌아가…국감제도 손질할때
피감기관은 역대 최다 802곳…개별 의원 질의는 20분 남짓
정쟁용 증인 무더기 채택하고선 질의없이 돌려보내기도
짧은 시간에 많은 기관 국감 한계…보여주기 식 국감으로 흘러
상시국감 대안으로 늘 거론…질문 시간 보장·정당 자정 노력도 필요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및 소관 감사 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 노트북에 '최민희 독재과방위 발언권 보장하라'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2024.10.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조재완 한재혁 기자 =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정쟁 국감' '맹탕 국감'으로 마무리되면서 국감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된다.
국감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은 매년 나왔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부실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임기 반환점을 돈 정부 국정을 두고 여야가 점검할 사안들이 즐비했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을 놓고 정쟁만 되풀이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피감기관은 802개로 역대 최다였다. 국감 직전 채택된 증인만 500명이 넘고, 참고인을 포함하면 1000명 가까운 인사가 출석을 요구받았다.
이에 비해 개별 의원에게 주어진 발언 시간은 주질의와 보충질의 시간을 모두 합쳐도 한 회 20분 안팎이다. 국감기간 상임위별로 10회 가량 감사를 실시한다고 보면, 의원 한 명에게 돌아가는 시간은 200분 정도에 불과하다. 감사를 제대로 하기엔 애초 물리적 한계가 있다.
올해도 국감장에 불려나가 질의 한번 받지 못하고 돌아간 기관과 증인·참고인들이 수두룩했다. 국회 공보에 따르면 첫 2주간(10월 7일~18일) 국감장에 출석한 피감기관 3곳 중 1곳(33.2%)은 질의를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정쟁 이슈가 산적한 국회 국방위원회(55.2%)와 정무위원회(52.6%),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43.0%) 등에서 질의 쏠림 현상이 극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어진 짧은 시간 내 이목을 끌어야 하는 구조 속에서 특정 기관에 질의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한탕주의' 현상이다.
이 때문에 국감 제도 개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민생 현안과 관련한 정책 질의 준비를 많이 했는데 김 여사 의혹으로 다투는 데 시간을 쓰느라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며 "상시국감 같은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특정기간에 감사를 몰아쳐서 하면 아무래도 놓치는 게 많을 수밖에 없는데, 1년 내내 감사를 하면 결과적으로 감사에서 누락되는 기관이 적어질 것"이라며 "상시국감이 한건주의를 어느 정도 해소할 것"이라고 봤다.
개별 의원들에게 충분한 질의시간이 보장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지금은 (주질의) 발언 시간이 7분인데 과거엔 30분이었다. 노무현 같은 청문회 스타가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라며 "상시국감을 통해 충분한 시간을 주고, 짧은 시기에 많은 기관들이 몰리는 것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으면 한탕주의,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국감이 끝나면 상시국감 등 대안이 제시됐지만 모두 공염불에 그쳤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상시국감 도입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내실있는 국감을 위해 의원들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문제 의식이 있어야 상시국감이 가능한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상시국감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양당이 심각성을 느끼고 자정 노력이라도 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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