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주적 통제" vs 野 "오만의 정치"…'검수완박' 필리버스터 격돌(종합)
권성동, 첫 주자로 나서 2시간 성토 "군사작전하듯 검찰 무력화"
김종민, 1시간15분동안 반박 "본질은 검수완박 아닌 수사·기소 분리"
검사 출신 김웅, 서민 피해 우려…안민석, 檢기획수사 떠올리며 '울컥'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4.27. [email protected]
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권성동 국민의힘의 원내대표는 "검찰 길들이기가 실패하니까 이제는 검찰을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심보"라며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은 기만적 정치공학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진짜 검찰개혁이라면 지난 5년 동안 무엇을 하다가 대선이 끝난 후 정권 말기에 마치 군사작전하듯이 법안 통과를 하려고 하는 것인가"라며 "검찰이 자신들의 칼과 창의 역할을 할 때는 원하는 대로 늘려줬다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자 대폭 축소하면서 검찰 무력화 시도에 나섰다"며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고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또 "국민의 뜻은 여야의 합의보다 무겁다. 민주당의 재협상 거부는 국민과 맞서 싸우겠다는 오만의 정치일 뿐이다"라며 "자신의 철학과 노선이 있더라도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서 점검하고 또 점검하고 되돌아보는것이 정치인의 책무이자 의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고대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가 언급한 '쿠이 보노(Cui Bono·과연 누가 이익을 보는가)'를 거론하며 "검수완박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 바로 민주당"이라고도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단호히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주기를 촉구한다"며 정의당을 향해서도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의는 결코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의당 여러분께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기 바란다"며 법안 저지에 함께 나서줄 것을 제안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청와대 사람 중 감옥에 갈 사람 20명이 누구인가"라고 반문하고 "권력자도 범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는 것이 바로 민주국가"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상정된 제 395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뒤를 이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4.27. [email protected]
또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두고 "이번 대선 후보로 나왔을 것"이라고 했고, 최강욱 의원을 겨냥해 "조국 전 장관 아들 가짜인턴확인서 써준 혐의를 받고 있고, 사적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정권교체 후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 법안에 대해서 국민투표를 붙이자는 주장도 있다"며 "여러분이 그렇게 당당하다면, 저는 오히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이 법을 통과시켜서 공포하지 말고 국민투표에 붙일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게 할 용의는 없는 것이냐"고 물었다.
권 원내대표가 약 2시간 가량 토론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응원 구호를 외친 반면 민주당은 간간이 고성 섞인 항의로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에서도 필리버스터로 반격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수용했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갑자기 합의를 뒤엎은 사실을 문제 삼았다.
권 원내대표 다음으로 나선 김종민 의원은 "언론보도를 보면 박 의장 중재로 이뤄졌으나 그 과정에서 권 원내대표가 많은 의견을 내서 반영된 것으로 사실상 박병석안 이기도 하지만 권성동안이기도 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만약 그렇다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보다는 권성동안에 찬성"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본질은 한가지다. '모든 수사는 민주적으로 통제 받아야 한다. 통제받지 않는 수사는 안 된다'는 쟁점에 대해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검수완박 주장이 아니라 소사·기소의 분리가 가장 큰 쟁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4.27. [email protected]
김 의원은 1시간15분 가량 연설을 한 뒤 필리버스터를 끝냈다.
이후로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필러버스터 주자로 나서 2시간50분 동안 토론했다. 김 의원은 "검수완박은 힘없는 서민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단지 죄지은 권력자를 비호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이 법의 진정한 문제점은 서민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라며 "힘 없고 권리 주장을 못하는 장애인, 아동 그리고 극빈층에게 이 검수완박은 조각(阻却)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의 입법 처리 과정을 두고 "회기 일정 쪼개기라는 말도 안 되는 편법이 동원되었고, 위장 탈당이라는 한국 역사상 최악의 꼼수까지 동원이 됐다"며 "이런 날치기에 동원하고 있는 꼼수들을 보고 있으면 더불어민주당의 악마적 재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꼬았다.
또 "지금 검수완밥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자신들은 경찰의 수사를 받겠다고 하고, 이번에 지방선거에 출마하시는 분들은 검찰에 수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며 "이건 억울하면 출세하라, 그런 뜻인가. 부끄러운 줄 아시라"고 쏘아붙였다.
임시국회 폐회 40분을 남기고 마지막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자신이 당한 검찰의 기획수사 피해 고충을 털어놨다. 동료이자 검찰의 수사로 옥고를 치르고 생을 마감한 고(故) 김재윤 의원을 회상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준비하기 위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4.27. [email protected]
이어 "저는 살아남았다"면서도 김재윤 의원을 두고 "기획수사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4년형을 감옥에서 살고 감옥을 나온 후 화병이 나서 억울함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며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4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인 27일 자정까지 약 7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로 맞붙었다. 자정이 지나면 회기가 끝나 필리버스터도 자동 종료되기 때문이다.
임시회 회기 종료와 함께 필리버스터가 종료됨에 따라 민주당은 하루짜리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내고 쪼개기 법안 처리에 나선다.
국회법에 따르면 임시회 소집 요구서는 사흘 전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상정되는 다음 본회의는 주말인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당일 검찰청법이 처리되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되고 국민의힘은 다시 이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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