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많던 어른이 무슨 죄라고"…음주차량에 치여 숨진 노점상
도심 숙취 운전 차량 인도 돌진…70대 노점상 숨져
상인 "마른 하늘에 날벼락"…운전자 엄벌 탄원 제출
[광주=뉴시스] 광주 북구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인도를 덮친 모습. (사진=독자 제공) 2022.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정 많고 남에게 베푸는 걸 좋아하시던 분이셨는데…"
술이 덜 깬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낸 인도 돌진 사고로 숨진 70대 노점상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는 주변 상인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7일 광주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9시 43분께 광주 북구 오치동 편도 2차선 도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인도를 덮쳤다.
인도 위에 반쯤 걸터 올라 앉은 승용차는 곧장 노점상 A(75·여)씨의 좌판을 들이받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에 미처 피할 틈도 없었던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승용차 운전자 40대 여성 B씨는 숙취 운전을 하다 이 같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직후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수치인 0.094%였다.
A씨를 알고 지낸 주변 상인들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며 애석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전남 보성 태생인 A씨는 1986년 주암댐 건설로 고향이 수몰되는 아픔을 겪고, 광주로 터전을 옮겼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남편과 함께 3남 1녀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공사장 일용직 등을 전전하며 어렵사리 돈을 모아 자식 뒷바라지를 했다. 20여 년 전부터는 남편과 함께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담양에 자그마한 농장을 일궜다.
그 무렵부터 A씨는 남편과 함께 손수 기른 오이, 고추, 가지, 자두 등 채소를 오치동 인근 노점가에 내다 팔았다. 큰 돈은 벌지 못했지만 A씨는 비 오는 날만 아니면 매일 자리를 지켰다.
웃음과 인정이 많아 주변 노점상은 물론이고 인근 점포 상인들도 A씨에게 종종 채소를 구입했다. 주변에 사는 노인들도 A씨의 좌판을 찾아와 이것저것 장을 보다 A씨를 '말동무' 삼아 한참을 머물다 가기도 했다.
장성한 자녀들이 거듭 만류했지만 A씨는 '손주들 용돈이라도 벌어야지', '일손 놓지 않고 친구들 만나는 게 좋다'며 노점상을 꾸렸다.
한 소매점 상인은 "A씨의 사고 소식이 믿기지 않았다. 동네 상인 모두 노점·점포 가리지 않고 다들 안타까워 한다"며 "동네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A씨의 좌판은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늘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늘 이웃에게 베풀던 인심 많은 어른이셨다.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런 봉변을 당한 건지 짠하고 슬프다"며 "술이 덜 깬 채 차를 몰다 이렇게 황당하고 황망한 사고를 낸 운전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생전의 A씨를 알고 지내던 주변 상인 수십여 명은 뜻을 모아 이날 경찰에 '사고를 낸 운전자를 엄히 처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A씨의 유족은 "이런 사고가 나고 보니 자식들 입장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하다. 늘 자식들 걱정에 뒷바라지만 하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하니 서글프기만 하다"며 "가족을 잃은 슬픔 만큼이나 말도 안 되는 이런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원망도 크다. 반드시 엄벌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술에 덜 깬 채 운전하다 사망 사고를 낸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로 운전자 B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면밀한 법리 검토 등을 거쳐 신병 처리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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