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뿌려도 요지부동, 제풀에 불끈 방화범…2심 결과는?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연인이 태연히 혼자 술을 마시자 화가 나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에게 2심에서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진성철)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51)씨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에 따라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도 1심 형량은 유지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2심에 이르러 살인미수에 관한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예비적 공소사실 중 일부를 변경하고 죄명에 특수협박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허가했다.
피고인은 심신미약과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양형 부당의 이유로 항소했다. 검찰은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점과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양형 부당의 이유로 항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범행에 대해는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을뿐이므로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심신미약으로 인한 법률상 감경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 만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며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의 사실 오인 주장에 대해서도 "피의자는 피해자 주변에서 붙은 불이 피해자가 앉아있던 의자로 번지는데도 피해자가 가만히 있자 욕설을 하면서 스스로 바가지로 물을 가져다 불을 껐다"며 "피해자는 별다른 상해를 입지 않았고 건물 피해도 경미한 점, 피고인이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이와 같이 바로 불을 끄려고 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과 검찰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서는 "검사가 당심에서 추가한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새로 형을 정하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해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책이 가볍지 않은 점,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스스로 불을 끔으로써 피해자나 건물에 대한 피해 발생을 방지했고 실제 발생한 피해가 경미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20일 오후 경북 예천군에서 연인 관계인 B(56·여)씨가 운영하는 주점에서 등유를 B씨의 몸에 부은 후 두루마리 휴지에 불을 붙여 B씨가 앉아 있는 의자 뒤쪽과 옆 바닥에 놓아둬 의자에 불을 붙였다가 스스로 물을 뿌려 불을 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의 부탁으로 A씨는 B씨의 친구 C씨에게 돈을 빌려줬지만 C씨가 잠적해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사건 당일 A씨는 피해자 B씨로 인해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태연히 혼자 술을 마시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는 피해자의 몸에 등유를 부은 후 휴지에 불을 붙여 피해자가 운영하는 건조물에 방화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며 "A씨가 스스로 불을 끔으로써 피해자나 건물에 대한 피해 발생을 방지한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종합했다"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이 제기한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연인관계였고 만취한 피고인이 분노를 표출한 행위로 보일뿐 불 질러 살해하려고까지 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죽여버린다고 말했더라도 이는 순간적인 분노를 표현하거나 위협하려는 것으로 보일뿐 이를 근거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추단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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