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으로 끝난 'OTT 1일권'…국내외 포화에 뼈만 남은 페이센스
페이센스, 토종 OTT 3사 이어 넷플릭스 서비스도 종료
디즈니플러스도 곧 중단될 듯…소규모 OTT '비플릭스'만 남아
OTT 업계, '계정 공유' 문제 의식해 신속 대응한 듯
주요 OTT의 1일 이용권을 판매하고 있는 '페이센스'. 대부분의 서비스가 중단되고 '디즈니플러스'와 '비플릭스' 1일 이용권만 남아있다. (사진=페이센스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2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센스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넷플릭스 1일권 판매를 중단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말 페이센스에 약관 위반 사항 및 1일 판매권 중단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13일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가 내용 증명을 발송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해당 서비스가 중단된 것이다.
토종 OTT 3사, 페이센스 부상 한 달 만에 공동 대응…넷플 이어 디플도 중단될 듯
이같은 내용 증명 발송 이후에도 페이센스는 자사의 서비스가 불법이 아니고 오히려 소비자 이익을 높여준다고 강조하며 서비스를 강행했지만, OTT 3사가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에 페이센스 서비스 중단 가처분 신청을 내고 필요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자 지난달부터 자사 웹사이트에서 티빙·웨이브·왓챠의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번 넷플릭스 서비스 중단이 보다 신속하게 이뤄진 것 또한 이같은 전례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OTT 3사가 소송까지 시사했듯이 페이센스의 입장에서는 보다 규모가 큰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와의 대립도 회피할 수밖에 없다.
국내 OTT 3사와 넷플릭스의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현재 페이센스에 남아있는 1일 이용권은 디즈니플러스(+)와 또 다른 토종 OTT인 비플릭스 등 2종 뿐이다.
디즈니플러스 또한 지난 16일 페이센스에 1일 이용권 판매 중단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의 사례를 고려해보면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도 이른 시일 내에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유일하게 남은 서비스인 '비플릭스'의 경우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가 2만5000여명(안드로이드 기준)에 그친다. 넷플릭스(약 800만명), 티빙(약 300만명), 웨이브(약 300만명) 등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디즈니플러스 서비스까지 종료될 경우 페이센스 이용자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
[필라델피아=AP/뉴시스]넷플릭스 로고. 2017.07.17.
OTT 업계, '계정 공유' 의식해 신속 대응?…페이센스가 '본보기' 됐나
당초 대부분의 OTT가 계정 공유 정책을 무기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았으나, 경쟁자들이 늘어나고 전체 시장의 성장세가 다소 꺾이기 시작하면서 계정 공유 정책이 수익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OTT 서비스 변화와 이용 전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OTT 이용자의 86%는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의 유료 계정을 여러명이 함께 쓰면서 수익의 핵심인 구독료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OTT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 또한 올해 1분기 11만년 만에 구독자 수가 감소세(20만명 감소)로 돌아서면서 계정 공유 구독자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페이센스, OTT 3사에 '재발방지 확약서'까지 제출…"유사 사례 다시 나오기 어려울 것"
페이센스는 지난 5월 등장해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디즈니플러스 등 주요 OTT의 1일 이용권을 400~600원 수준에 판매한 바 있다. 페이센스는 반드시 한 달 이용권을 구매해야 하는 OTT 구독형 방식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자 1일권 형태로 소비자 니즈를 충족해준다는 전략으로 호응을 얻었으나, 동의 없이 OTT별 약관을 위반하는 등 위법 소지가 크다는 비판도 함께 받아왔다.
페이센스는 OTT 3사의 가처분 신청 취하 이후 '동의 없이 1일 이용권 서비스 등을 출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재발 방지 확약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페이센스는 비플릭스와는 수익을 일정 비율로 배분하기로 계약을 맺은 뒤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서비스가 종료됐고, 디즈니플러스까지 곧 중단되면 사실상 페이센스 논란은 끝난 셈"이라며 "국내외 OTT들이 모두 강경대응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고, 페이센스도 계약을 맺은 뒤 서비스를 출시하기 시작한 만큼 페이센스와 유사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잡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