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스 돌리다 손발 떨려…숏폼에 이태원 참사 영상 끊이지 않는 이유
유튜브 '숏츠'·메타 '인스타그램','페이스북', 틱톡 통해 참사 영상 전파
모자이크 처리 없이 참사 현장 적나라하게 드러나
트라우마 호소하는 국민들 늘어…고인 및 유가족 2차 피해 우려
기존 자동 필터링 방식, 불법성착취물·음란물·저작권위반물 위주
키워드나 해시태그 검색 방식도 한계
n번방 방지법 대상에 참사 영상은 빠져…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군인이 묵념하고 있다. 2022.11.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이거 보고 숨 쉬기도 힘들고 손발 다 떨리고 울고 불고 경찰에 전화했다가 숨이 안쉬어져서 죽을 뻔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제보 메일을 통해 이태원 참사 영상 링크를 첨부하며 이같이 전했다. 페이스북 숏폼 플랫폼 ‘릴스’에 게재된 제보 영상은 지난 29일 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수십명이 한번에 CPR(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모습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전해졌다. 조회수는 3만5000회에 달하며 이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 현장의 영상과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적나라하게 배포되면서 피해자·유가족뿐 아니라 전 국민의 트라우마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이용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에겐 적극적인 필터링을 요청했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기존 필터링 시스템 성착취물, 음란물, 저작권위반물 위주…이용자 신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그럼에도 유튜브 숏츠,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릴스 등 SNS 숏폼 채널에는 모자이크 및 블러 처리 되지 않은 이태원 참사 현장 영상들이 여전히 공유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는 이번 참사와 관련된 영상 필터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SNS에 빠르게 배포되는 참사 영상을 전부 필터링하는 데 기술적인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사업자들이 게시물을 완벽하게 필터링하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사업자들에게 필터링 기술을 강화하라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령, 플랫폼 사업자의 자동 영상 필터링 시스템은 주로 불법 성착취 촬영물과 음란물, 저작권 위반 영상물을 걸러내도록 설계돼 있다. 음란물과 저작권위반물 외 영상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걸러낼 수 있는 마땅한 알고리즘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인터넷 사업자들은 불법 촬영물을 걸러내는 기술적 필터링을 의무적으로 갖추고 있다. 이 방식은 인터넷 게시판 등에 영상물이 올라오면 특징값을 추출해 정부의 불법 영상물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하는 방식으로 불법 촬영물 여부를 걸러내는 방식이다. 문제는 n번방 방지법과 관련 필터링 기술 자체가 성 착취물과 불법 촬영물 유통을 막기 위한 것이다보니 이태원 참사 영상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태원 참사 영상은 n번방 방지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만약, 필터링을 거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범한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당장은 개인들이 영상을 배포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권하는 방법 밖에 없다. 향후 n번방 방지법을 개정해 참사 영상을 올리는 것을 필터링하는 의무를 부과한다는 방법이 있지만 헌법상 자유 침해와 피해자 보호 가치가 서로 충돌하며 상당한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필터링 방식이 이용자들이 올린 키워드나 해시태그를 걸러내는 방식이다. 가령 이용자들이 영상을 올릴 때 '이태원 참사' '이태원 사고' 등의 키워드를 쓰면 이를 걸러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이같은 키워드를 달지 않을 때는 걸러내지 못한다. 또 해당 키워드를 달았다고 해서 해당 콘텐츠가 불법 콘텐츠로 단정 지을 수도 없다.
결국 현재로선 이용자들이 신고를 하면 사업자들이 삭제 조치하거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안에 그칠 수 밖에 없다.
휴대폰 영상 쉽게 올릴 수 있는 숏폼 콘텐츠 특성도
현재 영상을 시청한 이용자들의 트라우마와 고인 및 유가족의 2차, 3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를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뉴스, 미디어, 영상과 글 등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게 되면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참사 현장 영상을 시청한 이용자들은 “너무 무섭고 충격적이다”, “출근해도 잔상이 떠오른다”, “피해자 얼굴이 나온 영상 내려달라”, “모자이크 없고 미리보기 방지 없는 영상들이 엄청 돌아다니니 조심해야겠다”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까지 나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일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와 함께 이달 한달간 이태원 사고와 관련한 개인정보 침해 상황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했다. 구글, 메타, 네이버, 카카오, 트위터, 데일리모션, VK, 타오바오(알리방), 텐센트, 핀터레스트, MS(마이크로소프트) BING, SK컴즈 네이트 등 12개 주요 사업자 핫라인을 통해 개인정보 노출 등 침해 게시물을 차단·삭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