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이 대통령·언론보다 '이태원 참사' 늦게 알았다
경찰청장 참사 2시간, 서울청장 1시간20분 뒤에야 인지
경찰 수장 경찰청장이 대통령실보다 9분 늦게 보고 받아
'경찰 내부 보고시스템 심각하게 무너진 것 아니냐' 지적
특수본, 전날 서울청 압수수색…보고 늦어진 경위 파악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대국민 사과 입장 표명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2.11.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위용성 기자 = 경찰 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과 서울 지역 치안 총책임자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발생으로부터 각각 2시간, 1시간21분이 지나고야 실태를 인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의 보고·지휘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보다 더 늦게 사태를 인지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김 청장은 사건 발생(지난달 29일 오후 10시15분) 후 1시간21분이 지난 오후 11시36분에서야 현장에서 서울 용산경찰서장의 첫 보고를 받았고, 이후 날짜가 바뀌어 다음 날인 30일 오전 0시2분에서야 경찰청에 '치안 상황 보고'가 올라갔다.
윤 청장이 사태를 인지한 건 사고 발생 1시간59분 후인 30일 오전 0시14분에 경찰청 상황1담당관의 전화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이미 2시간 가까이 무수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후였다. 0시 이전까지 이미 다수 언론 매체를 통해 '수십명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쏟아진 뒤다.
윤 대통령은 당일 소방당국의 보고를 통해 오후 11시1분에 사고를 보고받았다. 대통령이 상황을 보고받고 인근 응급 병상을 확보하라는 두 차례의 지시를 내릴 동안에도 경찰 수뇌부는 사태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경찰은 지난달 30일 오전 0시5분 관련 사태를 대통령실에 보고했다고 한다. 이는 윤 청장에게 보고가 이뤄지기 9분 전이다. 윤 청장을 건너뛰고 대통령실 보고가 먼저 이뤄진 셈이다.
윤 청장은 이렇게 한참 뒤에야 보고를 받으면서 동시에 기동대 등 가용경력을 최대한 동원하고, 질서 유지 등 신속히 대응할 것과 구급차 진출입로 확보 등 교통활동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윤 청장은 오전 0시19분에 김 청장에게 전화로 같은 내용을 지시했으며, 김 청장은 0시25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윤 청장이 사태를 인지한 시각은 참사로부터 2시간 후지만, 이미 당일 6시34분께부터는 112신고를 통해 '압사당할 것 같다'는 급박한 신고가 다수 들어왔다는 점에서 비판은 더 커지고 있다. 위기 징후가 일선에서 포착됐음에도 4~5시간이 지날 동안 지휘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지휘부 보고체계가 마비된 탓에 기동대 등 추가 경력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참사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경찰청은 전날 용산경찰서장을 교체했지만, 경찰 안팎에선 김 청장은 물론 윤 청장 역시 책임을 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날 이태원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내부망에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하기에 20명으론 역부족이었다"고 썼다. 다른 현장 경찰관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다. 살려달라 손 내밀던 모든 손을 잡아주지 못해 그 기억들이 채 가시지 않아 괴로워하는 젊은 경찰관들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지게 하는 것이 최선이냐"고 했다.
현재 이태원 참사 원인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전날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당시 112 등에 접수된 신고 내역과 이후 전파·보고 등 대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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