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4시간 뒤 경찰 지휘부 회의...대응 왜 늦었나
30일 0시14분 첫 상황 인지…2시반 회의
대통령·장관보다 늦은 파악…40분 '공백'도
野 "청장 부재 땐 차장이 바로 대비했어야"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11.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전 경찰이 시민들의 통제 요청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윤희근 경찰청장을 향한 상황 보고 체계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지방에 머무르던 윤 청장에게는 사고 발생 1시간이 넘은 뒤에야 처음 연락이 갔고, 그마저도 3차례 시도 끝에 40분 만에 연결됐다. 결국 경찰 지휘부 회의는 참사 4시간 뒤에야 개최됐는데, 야권에서는 경찰청장 부재시 위기 대응 능력이 의문시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윤 청장은 당시 휴일을 맞아 충북 제천에 머무르고 있었다. 충북 청주가 고향인 윤 청장은 제천경찰서장을 지낸 바 있다.
당시 경찰청 상황담당관은 29일 오후 11시32분 윤 청장에게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인명 사상 사고가 발생했다는 문자를 보냈지만 11시께 잠든 윤 청장은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다.
20분 뒤인 오후 11시52분에 상황담당관이 윤 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고, 20여분이 더 지난 30일 0시14분께 비로소 윤 청장이 전화를 받으면서 상황 보고가 이뤄졌다.
윤 청장은 오전 0시19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총력 대응을 지시했지만, 곧장 수뇌부 회의가 열리지는 못했다. 윤 청장은 오전 2시30분에 대통령 주재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경찰청 지휘부 회의를 주재했다.
사고 신고는 전날인 29일 오후 10시15분께 이뤄졌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청장이 상황을 파악했고, 사고로부터 4시간 가까이 흐른 뒤에야 경찰 수뇌부 회의가 열린 셈이다.
경찰 수장인 윤 청장이 윤석열 대통령(11시1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11시20분) 보다 사태 파악이 늦으면서 일선 경찰의 현장 대응도 늦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사고 현장은 구조 인력이 부족해 상당수 시민들이 직접 심폐소생술(CPR)에 뛰어들 정도로 급박했고, 인파로 인해 사고 수습에 혼란을 겪던 현장을 정리할 기동대 투입 등 신속한 지원이 절실했지만 경찰 수뇌부 대응은 늦어도 한참 늦었던 것이다.
경찰청장에게 연락이 닿지 않던 40분의 '공백'에 서울로 복귀하는 시간이 더해지며 수뇌부 대책회의도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청장이 부재할 경우 차장이 긴급 대응에 나섰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청 차장을 지낸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말같은 경우 청장이 서울을 비울 수는 있다. 잠깐잠깐 다녀오긴 했다"면서도 "이럴 땐 차장이 바로 대비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청장 부재시 차장이 상황 대응을 제대로 했는 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담당관이 윤 청장에게 연락을 시도하던 때 경찰청 차장은 바로 연락이 닿아 출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차장은 출근 즉시 치안종합상황실과 대책실에서 사고상황과 경찰부대 출동상황 등 대응현황을 점검하고, 교통CCTV로 이태원 현장을 모니터링하며 사고 수습을 지휘했다"며 "전 국관 회의를 소집하고 경비국장이 도착한 후 지휘를 인계하고 이태원 현장으로 나갔다"고 설명했다.
경찰법(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5조는 경찰청 차장에 대해 "경찰청장을 보좌하며, 청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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