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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경비원 떡값도 부담…일부 주민들 '볼멘소리'

등록 2023.01.20 06:00:00수정 2023.01.20 07: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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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상 '관리비+a'서 지출…고물가 부담에 '용역업체 몫' 지적도

"명절마다 관리비 더 내는데…부담돼" 항목 숨기기 고육지책도

"눈 치우고 분리수거까지…고생하는 분들 조금 더 보상해드려야"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와 전남지역에 내려진 대설특보가 이틀째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23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밤새 내린 눈을 치우고 있다. 2022.12.23. hgryu77@newsis.com <본 기사와 상관 없는 사진입니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와 전남지역에 내려진 대설특보가 이틀째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23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이 밤새 내린 눈을 치우고 있다. 2022.12.23. [email protected] <본 기사와 상관 없는 사진입니다>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는 경비원 오규택(68)씨는 명절이면 주민들로부터 '떡값'을 받아왔지만 올해는 상여금을 받지 못할 뻔했다. 일부 주민들이 경비원들에게 '명절 떡값'을 지급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 다행히 아파트 동대표가 미풍양속을 지키자고 주민들을 설득해 올해도 10만원의 상여금을 받게 됐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아파트에서 경비·미화 등 업무를 맡은 용역업체 직원에게 지급하는 명절 떡값을 놓고도 주민들 사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관례적으로 아파트 관리비에서 지출하거나 주민들에게 추가로 각출하는 형태로 소정의 상여금을 줘왔지만, 생활비 등 물가 부담이 치솟자 이마저도 부담스럽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일부 주민들은 직원 처우 문제인 상여금은 고용주인 용역업체의 몫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2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다가오는 설 명절을 앞두고 경비원들에게 설 상여금을 지급할지 여부를 두고 주민들 사이 의견차를 빗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도 이번 명절에 경비·미화 인력 35명에게 각 20만원씩 상여금을 주기로 했으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 아파트 주민인 나모씨(64)는 "설과 추석마다 1만원씩 더 관리비를 내고 있다"며 "(경비원) 이분들이 고생하는 건 알지만 관리비 부담도 많이 올라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기 고양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는 최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비 항목 중 '명절 상여금'을 제외하기로 의결했다. 아파트 경비원·미화원 처우는 그들이 소속된 용역회사가 결정할 문제이지, 용역회사와 계약을 맺었을 뿐인 입주자대표회의가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민원이 다수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비원 상여금은 관리비 상 복리후생비나 경비비, 미화비 항목으로 처리하는 곳이 많았으나, 주민들 반발을 우려해 표시되지 않는 '기타 지출'이나 '예비비'로 처리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거부감이 늘어난 것은 정부가 새해 들어 가정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올린 데다가 수도·가스요금도 이미 올랐거나 인상 조짐을 보이는 등 어려운 경제 사정이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올해는 장기수선충당비(아파트 시설 유지 보수에 쓰이는 비용)도 오르고 인건비도 올라서 (관리비) 부과 금액이 너무 많이 올라서 말이 많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해 5월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2.05.09. 20hwan@newsis.com <기사와 상관 없는 사진입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해 5월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2.05.09. [email protected] <기사와 상관 없는 사진입니다>


하지만 다소 부담되더라도 명절 상여금을 줄이는 것은 야박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모씨는 "그분들도 다 직장인인데 많지는 않더라도 명절 선물은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원래 회사(용역업체)에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서 조금씩이라도 모아 드리는 게 맞다"고 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최모씨도 "눈이 왔을 때 특히 경비 아저씨가 고생을 많이 했다"며 "한 달에 1000원도 안 드는데 그것마저 안 주는 것은 과도하다"고 호응했다.

일각에서는 관리비를 더 내더라도 명절 상여금을 올려주고 싶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씨(38)씨는 "1년에 두번 4000원을 상여금 명목으로 내고 있는데 차라리 조금 더 내고 상여금을 올려줬으면 좋겠다"며 "아파트 분리수거 같은 잡다한 일을 많이 하시는 만큼 이렇게라도 보상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는 경비 인력 55명과 미화 인력 80명에 10만원씩 명절 상여금을 주고 있다고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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