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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으로 숨진 딸의 영정…교사는 "저건 또 뭐야"

등록 2023.04.13 10:28:23수정 2023.04.13 11: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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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영정 들고 갔더니…"한 교사가 '저건 또 뭐야'라고 했다"

사진 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이모씨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이모씨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허서우 인턴 기자 = 2015년 학교 폭력에 의해 희생된 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가 2018년 해당 학교 졸업식에 딸의 영정을 들고 참석했다가 홀대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고 박주원 양 어머니 이모 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혼이 참석했던 OO여고 졸업식"이라며 글을 올렸다.

이 씨가 올린 글에 따르면 당시 학교의 한 부장교사가 자신에게 다가와 "어떻게 오셨냐. 어머니가 원하시는 게 뭐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 씨는 자신이 졸업식에서 발언하고 싶다며 "학교 차원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부장교사는 "그건 뭐…"라며 말끝을 흐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복 차림으로 영정을 든 내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뜨악함 그 자체였고 수군거리기도 했다"며 "한 명의 여교사는 영정사진을 쳐다보며 '저건 또 뭐야'라고 했다"고 적었다.

이 씨에 따르면 처음에 학교 측은 발언 기회를 줄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발언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고 어느새 폐회식 선언 멘트가 나오고 있었다. 이 씨는 직접 마이크를 가로채 발언 기회를 얻었다.

당시 이 씨는 "딸은 학교폭력 A여고 왕따 사건으로 시달리다 하늘나라로 간 아이이고, A여고는 딸이 그렇게 당한 것에 대해서 가해자, 피해자 없음으로 처리했다"며 "학교는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으며 딸의 장례식조차도 학교는 숨긴 채 나중에야 1학년 9반 아이들을 모아놓고 '중학교 때 학교폭력으로 힘들어하다 자살한 거다'라고 일축해 버렸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 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이모씨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이모씨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저는 오늘 졸업식에 초대받아서 온 것이 아니다. 굳건하게 마음먹고 여러분들 혹여 상처받을지도 몰라서 걱정도 했지만, 도저히 어미로서 이 순간, 이 자리를 안 올 수 없어서 왔다"며 "비록 외면당하고 존재조차도 무시당한 채 세상을 떠난 아이지만 어미로서 내 아이의 졸업식을 해주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여러분들의 졸업 망치려고 온 게 아니다. 단상에 앉아 403명의 졸업장 수여를 한 명, 한 명을 바라보았다. 내 자식도 소중하지만, 여러분들도 소중한 우리 모두의 딸들"이라며 "딸처럼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외면하지 말고 손잡아 주고, 어른들의 비겁함을 배우지 말고, 젊은 여러분이 희망이니 사람답게 함께 사는 세상, 스스로에게 주인이 되어 만들어 주시길 부탁한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졸업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 씨 주장에 따르면 그가 발언하는 동안 A여교 교장은 안절부절 못하며 마이크를 빼앗으려고 했고, 학교의 이사장은 이 씨의 발언이 끝나기 전 자리를 떠나버렸다.

이 씨는 "그래도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은 강당을 빠져나가지 않은 채 서 있던 그대로 멈춰 서서 나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줬으며 일부 학부모는 손뼉도 쳤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사죄도 용기가 필요한 것인데 오늘도 A여고는 용기가 없는 비겁함을 보였다. 단상 위에서 발언하는 나를 꼼짝 않고, 시선 마주치고 공감하면서 들어주던 아이의 모습들이 그나마 가슴에 남는 하루였다. 이래서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낫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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