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블록버스터"…스트레이 키즈, 특이함이 특별함이 되다
정규 3집 '파이브스타'로 세 번째 '빌보드200' 1위 확실시
스타디움 입성 등 북미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할 듯
소속사 JYP 박진영 CCO 북미 시장 진출기도 관심
[서울=뉴시스] 스트레이 키즈. 2023.06.02.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JYP엔터테인먼트 간판 보이그룹인 8인조 '스트레이키즈'(Stray Kids·스키즈)가 K팝 업계에 가져다준 사실이다. 팀명에 '집 나온 아이들'이라는 뜻을 담아 전형성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며 출발한 스트레이 키즈는 '스트레이트(straight·일직선으로)'로 질주하며 K팝의 미래가 됐다.
지난 2일 발매한 정규 3집 '★★★★★(5-STAR)'(파이브스타)의 타이틀곡 '특'은 특히 '특이한 애들 중 가장 별나고, 특별한 애들 중 가장 빛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스스로가 '별난', '빛나는 사람'임을 알고 자신 있게 가사를 써 내려가는 스트레이 키즈의 줏대와 패기가 반영됐다.
이런 점들이 글로벌 K팝 팬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17일 자 미국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1위가 확실시되면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르면 11일(현지시간) 공개될 해당 날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된다면, 작년 미니 6집 '오디너리'와 미니 7집 '맥시던트'에 이어 3개 앨범 연속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르게 된다.
특히 '파이브스타'의 판매량은 지난 앨범들에 비해 두 배가량인 약 25만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현지 시장에서 팬덤을 확실히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브스타'는 초동(발매일 기준 일주일 동안의 음반 판매량) 461만장(한터차트 기준)으로 K팝 역대 최다 초동 기록을 다시 쓴 음반이다.
뚜벅뚜벅…계단식 성장의 모범적 사례
빌보드의 '2018년 주목할 K팝 아티스트 톱 5'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꼽은 '올해 최고의 노래 10'에 정규 1집 리패키지 음반의 타이틀곡 '백 도어(Back Door)'가 이름을 올리는 등 성장세를 뽐냈다.
[서울=뉴시스] 스트레이 키즈. 2023.06.08.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다 작년 3월18일 발매한 미니 6집 '오디너리(ODDINARY)'로 4월2일 자 '빌보드 200'에서 처음 1위를 차지하며 일을 냈다. 이후 10월7일 발매한 미니 7집 '맥시던트(MAXIDENT)'로 '빌보드 200'에서 다시 정상을 차지하면서 입지를 굳혔다. 6개월3주만의 기록이다. 이번에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하면 8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르는 셈이다. 약 15개월 만에 세 개의 앨범을 정상에 올리는 기록을 쓰게 된다.
지금까지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K팝 팀은 스트레이 키즈와 글로벌 슈퍼그룹 '방탄소년단'(BTS) 외에 '슈퍼엠' '블랭핑크',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있다. 이 중 해당 차트에 3개 앨범 이상을 정상에 올린 팀은 방탄소년단(총 6개 앨범 1위)과 스트레이 키즈뿐이다.
스트레이 키즈는 재작년 우승을 차지한 엠넷 '킹덤: 레전더리 워'(4~6월) 이후 비약적인 상승세를 거뒀다. 이 프로그램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한 '더보이즈'와 '에이티즈'와 묶여 4세대 K팝 보이그룹 대표 군단인 '즈즈즈'로 묶여 있었는데 '빌보드 200'에서 3번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단연 앞서 나아가는 모양새가 됐다.
JYP 보이그룹 특징과 K팝 보이그룹 인기 요인을 섞은 똑똑함
그룹 내 프로듀싱 팀 '쓰리라차'(3RACHA, 방찬·창빈·한과)를 주축으로 멤버 전원이 지속적으로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무대 위 노래 해석력까지 끌어올렸다. 정식 데뷔 음반 '아이 엠 낫(I am NOT)'부터 이번 음반 '파이브스타'까지 쓰리라차를 중심으로 멤버 전원이 앨범 작업에 참여해 자신들에게 맞는 최적의 무대를 찾아내고 있다. 멤버 승민은 "작곡팀 쓰리라차(3RACHA)가 곡을 쓸 때마다 각 멤버의 장점, 특성에 맞춰 각 파트를 정말 매우 잘 써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강렬한 비트 기반의 에너지가 넘치는 화끈한 무대 연출이 가능했고 '매운 맛' '마라 맛' 그룹이라는 별칭도 따라 다녔다.
[서울=뉴시스] 스트레이 키즈. 2023.06.02.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해외에 넓게 분포한 스트레이 키즈의 팬덤 '스테이(STAY)' 화력도 막강하다. 해외 K팝 팬들은 화려한 퍼포먼스에 방점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 스트레이키즈는 이런 부분에서 강점이다. 일부에서 K팝 보이그룹의 향수가 느껴진다고 반응하는 이유다.
스트레이 키즈는 해외 팬덤이 강력한 반면 국내에는 비교적 팬덤이 덜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는데, 최근 국내에서 팬덤을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아이돌 콘서트의 성지로 통하는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한류스타 인증이기도 한 롯데면세점 모델로 발탁됐고 '줏대좌'로 통하는 멤버 창빈은 이러한 줏대로 창빈은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S23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박진영·JYP 미국 진출기 재조명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미국 진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회사는 JYP다. 2000년대 중반부터 '팝의 본고장'으로 통하는 미국 진출에 공을 들여온 박진영과 JYP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박진영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으로부터 받은 영향력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등 미국 팝의 자장 안에서 음악을 해왔다.
2006년 미국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하며 뉴욕타임스 등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를 발굴한 주인공이 박진영이었다. 그 역시 비의 프로듀서로 당시 현지 언론으로부터 주목 받았다. 비가 JYP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임정희, 지소울, 미쓰에이에 몸 담기도 했던 민 등을 앞세워 현지 진출을 시도했다. 2008년 미국에서 '더 JYP 투어'라는 이름으로 현지 투어도 돌았다.
[서울=뉴시스] 박진영 단독 콘서트 '그루브 백' 미국 공연 현장 2023.02.16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박진영 본인은 프로듀서 겸 작곡가로 현지 가수들의 앨범에 참여해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미국 힙합 뮤지션 메이스(Mase)가 2004년 내놓은 앨범 '웰컴 백(Welcome Back)' 수록곡 '더 러브 유 니드(The Love You Need), '제7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이자 래퍼인 윌 스미스 앨범 '로스트 앤드 파운드'의 수록곡 '아이 위시 아이 메이드 댓' 등이다. 이들 앨범은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미국 진출은 다른 국내 기획사에 비해 활발하지 못하다는 인상이 짚었다. 국내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떨친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9년부터 반전의 조짐이 보였다. 회사의 간판 그룹들인 '트와이스'와 '갓세븐'의 미국 투어가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갓세븐 멤버들은 JYP를 모두 떠났지만, 트와이스는 특히 북미 시장에서 K팝 걸그룹 최초로 100만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하고 스타디움에 입성하는 등 대활약 중이다.
JYP는 작년 초 북미 법인을 세웠다. K팝 저변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북미·글로벌 시장에서 자사 아티스트 및 사업 전반의 북미 거점 구축을 위해서다. 북미 최대 음악 레이블인 유니버설뮤직 그룹 산하 리퍼블릭 레코드(Republic Records)와 트와이스에 이어 스트레이키즈, 있지를 포함하는 전략적 협업 확대도 발표했다.
특히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 3월31일과 4월2일엔 스앤젤레스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 스타디움(BMO Stadium)에서 콘서트를 열고 방탄소년단에 이어 K팝 보이그룹 사상 두 번째로 현지 스타디움 입성과 매진 기록을 썼다.
이렇게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스트레이 키즈는 국내 알리기에도 나섰다. 한강 바지선 위에서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영국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한 여의도 파크원 등 서울 야경을 배경으로 "여긴 Seoul 특별시 수많은 기적을 일으켰지 / 가려진 별들 사이 떠오르는 특별 별난 것투성이 변함없지 / 번화하는 거리"라고 노래하는 '파이브스타' 타이틀곡은 서울 곳곳을 훑는다. 불기둥·폭죽 등의 특수효과 덕에 블록버스터 히어로물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제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팀이 되겠다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다.
그런데 이를 위해선 좀 더 대중성도 필요하다. 그간 스트레이 키즈 곡들은 시각적 퍼포먼스에 좀 더 방점이 찍혀 청취보다는 역동성 측면에서 힘을 발휘했다. 이번에도 새롭고 독특한 곡 구성과 재치 있는 가사 같은 '스트레이 키즈다움'이 돋보이지만 "스키즈의 색은 살아있되 허를 찌르는 곡 구성과 귀를 강타하는 많은 포인트들"(승민)이 많아 더 귀에 감긴다.
[서울=뉴시스] 스트레이 키즈 '특' 뮤직비디오 도입부. 멤버들 뒤로 영국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한 여의도의 랜드마크 파크원이 보인다. 2023.06.11.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이밖엔 이번 앨범엔 '2022 마마 어워즈'(2022 MAMA AWARDS)에서 컬래버레이션 무대로 화제를 모았던 국내 힙합 거물 타이거 JK와 호흡을 맞춘 트랙 '톱라인(TOPLINE)' 등도 실으며 우리 음악계 뿌리도 톺아봤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파이브스타'는 엔터테이닝적인 요소가 다분한, 'K팝의 어드벤처'로서 쾌감을 안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스트레이 키즈는 작년 '매니악'('오디너리' 타이틀곡)과 '케이스 143'('맥시던트' 타이틀곡)으로 그룹 고유의 저돌성에 변주를 주며 성장했다"면서 "'특'은 강렬한 인상과 멈추지 않는 에너지, 유려한 완급 조절을 보여주는 케이팝 블록버스터 앨범이다. 복잡한 세계관이나 심각한 자의식 없이 엔터테인먼트 자체에 충실해 쾌감을 주는 작품으로, 멤버들이 스스로 붙인 별 다섯개 자신감에 부합한다"고 들었다.
김 평론가는 그러면서 북미 시장에서 스트레이 키즈의 활약도 기대했다. 그는 "'매니악' 이후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상승세를 가져가고 있고 꾸준히 앨범 차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에서 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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