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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물난리 1년 다시 가보니…"아직도 침수 두려움이"[현장]

등록 2023.06.24 07:00:00수정 2023.06.24 10: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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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피해 주민들…"순식간에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물막이판 설치, 의무 아닌 신청…서울 설치율 40%↓

전문가 "안전시설 의무설치 법제화 등 노력 필요"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는 지난해 발생한 침수 피해의 그림자가 남아있었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지하에 수십개의 상점들이 공실로 남아있는 모습. 2023.06.23 lighto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는 지난해 발생한 침수 피해의 그림자가 남아있었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지하에 수십개의 상점들이 공실로 남아있는 모습. 2023.06.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오늘도 이러다가 말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물이 불어나더니, 손쓸 새도 없이 내 허리춤까지 물이 차오르더라고."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김밥 가게를 하는 김모(56)씨는 지난해 침수 상황을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씨는 "당시 물질적 피해보다 죽음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나한테 다가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컸었다"고 전했다.

뉴시스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일대를 돌아본 결과, 상가 점주들은 지난해 발생한 침수 피해 그림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인근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박영철(60대)씨는 "당시 불과 1시간 만에 물이 불어나 컴퓨터, 서류 등이 다 침수됐다"며 "그때 목숨은 건졌지만 이번에는 더 안 좋은 일이 일어날까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는 지난해 발생한 침수 피해의 그림자가 남아있었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역 인근 빗물받이에 담배꽁초가 쌓여 있는 모습. 2023.06.23.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는 지난해 발생한 침수 피해의 그림자가 남아있었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역 인근 빗물받이에 담배꽁초가 쌓여 있는 모습. 2023.06.23. [email protected]

당시 침수 피해가 극심했던 서초구 진흥종합상가 지하로 내려가 보니 퀴퀴한 흙냄새가 코를 찔렀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활기찼던 상가 지하는 불이 꺼진 채 수십 개의 점포들이 공실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상가 옆 빌딩 지하 주차장 진출로에는 한창 폭우 대비용 캐노피(방수 천막) 설치가 진행 중이었다. 공사 인부들은 골조를 세우고 그 위에 캐노피를 설치하고 있었다. 빌딩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하지 않았던 작업이었다"며 "올해 폭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장마철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침수 피해 대비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특히 집중호우로 인한 빗물이 저지대로 유입되는 것을 일시 차단하는 차수판(물막이판) 설치는 서울 기준 40%도 채 되지 않은 상태다.

24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지역별 침수 방지시설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의 침수 방지시설 설치 대상 2만341곳 중 7945곳만 차수판(물막이판) 등이 설치됐다. 전체의 39.1%밖에 되지 않는 수치다.

특히 이 같은 시설 설치는 의무가 아닌 신청을 통해 지원되고 있어, 노인 등 취약계층이 운영하는 점포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는 지난해 발생한 침수 피해의 그림자가 남아있었다. 사진은 지난해 8월8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일대 도로가 침수돼 있는 모습. 2022.08.08.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는 지난해 발생한 침수 피해의 그림자가 남아있었다. 사진은 지난해 8월8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일대 도로가 침수돼 있는 모습. 2022.08.08. [email protected]


실제 전날 찾은 강남역 일대 소규모 상가 점주들은 물막이판 설치 등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70대 전모씨는 "구청에서 뭘 하라고는 했는데 정신도 없고 하다 보니 아직 어떤 것도 제대로 신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초구청의 경우 건축물 1개당 소규모 상가 최대 5개소(500만원) 이내로 지원을 제한해, 상가 입구가 다수인 곳은 침수 대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역 인근 빌딩 지하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40대 주모씨는 "건물 지하에만 상점이 4개나 있고, 여기로 통하는 입구가 지하 주차장과 에스컬레이터 등 5개가 넘는다"며 "여전히 부족한 지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곳곳에 위치한 빗물받이 주변에는 담배꽁초 등 이물질이 버려져 있었다. 집중 호우 시 이물질이 빗물받이와 하수구로 들어가면 하수관을 막아 물이 역류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는 지난해 발생한 침수 피해의 그림자가 남아있었다. 사진은 지난해 8월8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일대 도로가 침수돼 있는 모습. 2022.08.08.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는 지난해 발생한 침수 피해의 그림자가 남아있었다. 사진은 지난해 8월8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일대 도로가 침수돼 있는 모습. 2022.08.08. [email protected]


최근 지자체에서는 인력을 투입해 이물질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쓰레기가 버려지는 속도가 빨라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대여자전거인 '따릉이'나 전동 퀵보드 등이 고정되지 않은 채 길거리 위에 놓여있는 경우도 잦았다. 강한 물살과 함께 휩쓸려 간다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물건들이 장마를 앞두고 길거리 곳곳에 방치돼 있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침수 피해 예보가 나오면 최대한 따릉이를 수거하려고 한다"며 "하지만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도 하고, 전동 퀵보드의 경우 사설업체가 관리를 하고 있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기후 변화로, 지난해 발생한 침수 재난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안전시설 의무 설치 법제화 등 폭우 시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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