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밖 출산 방지" vs "양육포기 조장"…보호출산제 논란
"병원밖 출산 막아 신생아 유기·살해 등 방지"
"양육 포기 부추기고 친부모 찾기 어려워져"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병원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유령아동' 발생을 막을 제도적 장치로 '출생통보제'와 함께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도입에 큰 이견이 없는 출생통보제와 달리 보호출산제는 실효성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한 켠에 '보호출산에 관한 븍별법안' 등 법안들이 놓여 있는 모습. 2023.06.27. [email protected]
30일 국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아기가 태어난 병원에서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보호출산제를 병행해 출생통보제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병원 밖 출산을 방지해야 한다"는 정부·여당 등과 "보호출산제는 "임산부의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고, 신생아의 부모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야당·아동인권단체 등이 맞서고 있다.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신원 노출 없이 아이를 낳은 뒤 지자체에 아이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찬성 측은 미혼모 등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산모를 보호하고, 병원 밖 출산을 막아 신생아를 유기 또는 살해, 불법거래 등으로부터 지킬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출생통보제로 미등록 아동을 방지할 수 있지만 신상 노출을 꺼리는 혼전 임신, 청소년 임신 등 위기 임신부는 출생통보제를 피하려 병원 밖 출산을 감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보호출산제 없는 출생통보제는 오히려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 아이를 키우기 힘든 미혼모 등이 영아를 제대로 돌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산전과 출산 당시와 출산 후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위기 임산부들이 출생 등록을 회피하면서 지난 10년 간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신생아는 2000명 가량에 달했다.
보호출산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아동인권단체 등은 위기 임산부 지원 제도가 부족한 가운데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면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고, 신생아가 향후 친부모를 찾을 수 없어 부모가 누구인지 알 권리를 아동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유엔아동권리협약과 배치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현재 보호출산제로 태어난 아동은 당사자 동의 없이 친부모의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위기 임산부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아동이 친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보호출산제로 보호되는 것은 친부모의 익명성"이라면서 "아이가 입양된 후 성인이 돼 친부모를 알고 싶더라도 '뿌리 찾기'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위기의 임산부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정부 주도의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를 통해 위기 임신부를 지원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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