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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안내견학교 30주년②]행복한 안내견을 만드는 사람들

등록 2023.09.19 11:49:26수정 2023.09.19 14: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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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8주부터 1년까지 '퍼피워커' 훈련

안내견 발탁 후 7~8년간 안내견 생활

은퇴 후 가정에 위탁되거나 학교로 복귀

[서울=뉴시스]예비 안내견들의 모습. (사진 = 삼성) 2023.9.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예비 안내견들의 모습. (사진 = 삼성) 2023.9.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지난 1994년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후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들에게 무상 분양하고 있다. 훈련을 통해 세상에 나가 시각장애인과 함께 걷는 안내견을 만난 대다수의 사람들은 측은지심을 담아 안내견에게 격려를 보낸다.

하지만 안내견의 삶은 '희생'이 아니다. 안내견의 자질을 타고난 강아지는 함께 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칭찬,  보상을 통해 재능을 꽃피우며 각자의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내견이 보행을 위한 '도구'가 아니듯 안내견들도 시각장애인을 동지이자 가족으로 생각한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고 시각장애인은 안내견의 식사·목욕부터 산책까지 책임진다.

'퍼피워커'와 안내견이 되기 위한 훈련

생후 8주가 되면 강아지들은 1년간 퍼피워커와 사회화 훈련을 한다. 안내견으로 성장하기 전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인 '퍼피워킹'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을 '퍼피워커'로 부른다.

태어난 지 16주가 지난 안내견 후보생 '소담이' 역시 퍼피워커의 사랑 속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소담이의 하루는 오전 8시 기상으로 시작한다. 하루 3차례 산책을 나서며 하루 4번 밥을 먹고 배변 훈련을 시작했다. 퍼피워커 김인성 씨는 신호에 맞춰 배변할 수 있도록 늘 "하나 둘, 하나 둘" 소리를 내며 배변을 유도한다.

이 시기 소담이의 가장 중요한 도전과제는 '똑바로 걷기'다. 처음 보는 사람들, 고양이, 비둘기, 거리를 뒹구는 낙엽 등 세상은 온통 소담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소담이가 한눈을 팔고 방향을 바꾸면 목줄을 쥔 김 씨는 가만히 서서 기다린다. 억지로 줄을 당기거나 다그치지 않고 소담이를 바라본다. 올바른 경로로 소담이가 돌아오면 김씨는 간식으로 소담이를 칭찬해준다.

안내견의 사회화는 집과 공원 뿐 아니라 마트 및 카페 등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곳에서도 진행된다. 파트너에게 집중하고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하는 것이다.

김 씨에게 소담이는 네 번째 예비 안내견이다. 어느 날 퍼피워킹 중인 안내견을 치과에서 우연히 마주친 뒤 퍼피워킹 봉사를 신청했다. 소담이 이전에 안내견 '프로'와 '단풍', '구슬'이가 김 씨의 품에서 행복한 강아지 시절을 보냈다.

김 씨같은 퍼피워커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안내견과의 예정된 이별이다.  김 씨는 "안내견 퍼피워킹을 끝내고 정식 안내견 훈련을 받기 위해 떠나 보내며 정 떼는 순간이 너무 힘들고 슬프다"고 했다.

슬픈 순간들을 딛고 김 씨는 매년 퍼피워킹에 나선다.

그는 "퍼피워킹을 시작한 이후 밖에 나가면 전에 못 보던 시각장애인들이 눈에 들어오고, 아직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도 보인다"며 "힘 닿는 데까지 퍼피워킹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훈련사와 안내견이 되기 위한 훈련견이 보행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 제공) 2022.09.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훈련사와 안내견이 되기 위한 훈련견이 보행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 제공) 2022.09.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퍼피워킹 마치고 '세상을 보는 창(窓)'이 된 안내견

1년의 퍼피워킹 훈련을 마치고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안내견은 실제로 시각장애인을 만나 4주 동안 함께 생활하며 친밀감을 쌓는다. 시각장애인 각각의 성격과 직업, 걸음 속도와 보폭(앞발 뒤축에서 뒷발 뒤축까지의 거리) 등을 고려해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안내견을 만난다.

김 씨와 퍼피워커 시절을 보낸 단풍이는 이제 어엿한 안내견으로 성장해  시각장애인 파트너 이경석 씨와 함께 걷고 있다. 이 씨는 서울 서초동에 있는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근무 중이다.

이 씨는 매일 출퇴근과 퇴근 후 산책은 물론, 친구들과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실 때에도 단풍이와 함께 하고 있다. 이 씨는 단풍이와 걸을 땐 한 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단풍이가 세상을 인식하는 창(窓)이자 이 씨와 타인의 마음을 이어주는 통로라고 표현했다. 이 씨는 "안내견과 함께 있을 때 사람들은 나의 장애를 보기보다 강아지를 먼저 보고 더욱 쉽게 마음을 열어준다"고 했다.

그는 "안내견과 동행한 이후 '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서울=뉴시스]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진=삼성화재안내견학교 제공) 2022.04.2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진=삼성화재안내견학교 제공) 2022.04.26. *재판매 및 DB 금지


안내견의 은퇴…아들의 안내견을 입양한 부모님

이 씨에게 단풍이는 두번째 안내견이다.

이 씨의 첫 안내견인 해담이는 안내견 생활을 마치고 이 씨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해담이처럼 7~8년 간의 안내견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안내견은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위탁되거나 안내견학교로 돌아와 남은 생을 보낸다.

이 씨는 "긴 시간 함께한 해담이를 계속 책임지고 싶어 처음에는 단풍이를 분양받지 않으려 했지만 직장에 다니기 위해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직장 근처에서 지내느라 서울 관악구에 원룸을 얻어 따로 사는 이 씨는 주말마다 단풍이를 데리고 부모님과 해담이가 있는 서울 홍은동 본가로 간다. 단풍이와 해담이는 서로를 만날 때마다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고 즐겁게 뛰논다.

이 씨와 한 팀이었던 해담이는 이 씨의 부모님 품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다. 이 씨의 부친은 매일 해담이를 데리고 집 근처 북한산 자락길과 홍제천을 산책한다. 해담이는 하루 종일 자연을 즐기고 편안히 잠든다.

이 씨는 "안내견은 도구가 아니라 가족"이라며 "내 곁에 있어 준 해담이와 끝까지 행복하게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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