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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 후 문제 판 교사 24명…'족집게 학원' 뒤 출제 교사 더 많을 수도

등록 2023.09.19 19:59:39수정 2023.09.19 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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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자진신고 분석해 교사 24명 고소·수사의뢰

감사원, 8개 시도 걸쳐 현직 교사 복무점검 진행 중

공정성 타격 불가피…문제 유출 가능성도 배제 못해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사교육 카르텔, 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현직 교사 중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모의평가 출제에 관여한 24명을 고소·수사의뢰 한다고 밝혔다. 2023.09.19.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사교육 카르텔, 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현직 교사 중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모의평가 출제에 관여한 24명을 고소·수사의뢰 한다고 밝혔다. 2023.09.1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일타강사 또는 유명 대형학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검토에 참여한 현직 교사 24명에게 접근해 예상문제를 사고 판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실제 규모는 더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명 '족집게 학원'과 관련돼 수능 출제 현직 교사가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일타강사 또는 사교육 업체에 수능 예상문제를 판매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주관하는 수능 본시험과 모의평가 출제·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현직 교사는 현재까지 24명이다.

이는 지난달 1~14일 2주 동안 교육부에 예상문제를 판매한 적이 있다고 스스로 신고한 322명 중 과거 수능·모의평가 출제진 명단과 일치한 이들만 추려낸 것이다.

현직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문항을 산 사교육 업체 중에는 일명 '일타강사'나 이들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업체, 유명 대형 입시학원도 포함됐다. 입시학원 중에는 산하 계열사로 여러 업체를 거느린 곳도 들어 있다.

수능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 명단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출제 과정도 합숙 형태로 극도의 보안 속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교육 업체와 교사들의 접촉 역시 은밀하게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다.

특히 이날 교육부가 수능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한 현직 교사 4명은 수능·모의평가 출제·검토에 참여하기 전부터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팔았고, 평가원에 이를 숨긴 정황이 포착된 상황이다.

수능 출제에 참여하려면 '출제위원 참여 경력을 노출하지 않겠으며 이를 이용한 영리행위 등을 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포함된 서약서에 직접 서명해야 한다.

교육 당국은 수능 출제위원 후보자 자격을 심사할 때 최근 3년간 수능과 관련해 상업용 수험서(EBS 교재 제외)를 집필하거나 영리 목적의 입시학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강의나 특강을 한 적이 없는지 살피고 있다.

또한 교육부는 이번에 적발한 교사 24명에 대한 자진 신고 내역을 바탕으로 예상문제 판매를 대가로 한 명당 많게는 5억원에 가까운 금품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 마저도 축소 신고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아예 자진 신고하지 않은 사례도 부지기수로 여겨진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문항 거래'를 왜 막지 못했냐는 물음에 "내가 문제를 팔지 않았기 때문에 자료 낼 게 없다고 하면 막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교육 카르텔'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도 교육부에 자진 신고하지 않은 교사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23.09.19.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지난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23.09.19. [email protected]

감사원은 지난달 31일부터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명목의 실지감사를 벌이고 있는데 그 범위가 사교육 시장이 큰 8개 시·도에 걸쳐 있으며 공립학교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도 포함돼 있다.

다만 출제·검토위원에는 대학 교수가 포함될 수 있으나 현재 조사 범위에는 들어 있지 않고, '교육청 모의고사'라 불리는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에 참여했던 교사들 역시 이번 감사나 자진 신고에서는 빠져 있다.

교육부는 현직 교사들의 사교육 업계 영리행위와 관련한 자진 신고 조사 결과 일체를 감사원에 넘긴 상태다.

교육부 한 간부는 "이번에 고소·수사의뢰하는 24명은 시급성과 심각성을 고려해 긴급히 조치한 것"이라며 "감사원이 굉장히 폭넓은 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수능 본시험에 출제된 문제가 사전 유출됐을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지만 수능 체제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번에 고소 및 수사의뢰된 현직 교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의 모의평가 또는 수능 본시험에 출제·검토진으로 참여했는지에 대해 답하지 않고 있다. 대상자가 특정돼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수능이나 모의평가 1차례 출제·검토에 500명 가량이 투입되는 점에 비춰 사교육업체와 거래했던 교사는 더 늘어날 수 있지만 극히 일부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수능 출제 과정에 있어 위원 1명이 전권을 갖고 단독으로 문제를 만드는 구조가 아니라 다수의 위원이 문항을 수차례 검토하는 형태라, 특정인이 사교육 업계와 결탁해 출제하려고 작정해도 수능과 모의평가에 그대로 출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수능 6월 모의평가 문제를 유명 학원강사가 사전 유출해 강의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말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 한 간부는 "수능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출제진이) 감금돼서 나갈 수 없기에 유출이 가능한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날 수 있어) 있다 없다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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