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애니멀 다이버스, 정형화를 벗어난 탈바꿈

등록 2023.09.26 08:39:3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일렉트로닉 월드뮤직 듀오…기타 애쉬·디저리두 조현

[서울=뉴시스] 애니멀 다이버스. (사진 = 뮤지션 제공) 2023.09.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애니멀 다이버스. (사진 = 뮤지션 제공) 2023.09.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렉트로닉 월드뮤직 듀오 '애니멀 다이버스'는 정교한 전자음악의 무늬로 아날로그한 문양을 만들어낸다. 테크닉의 박진감이 활기찬데, 원시의 율동감이 공존한다.

국내 첫 일렉트로닉 월드뮤직 듀오를 표방하는 이 팀은 디저리두, 핸드팬, 기타 등 이색 조합을 내세운다. 고요 속에서 울림이 큰 호주의 전통 목관악기인 디저리두(Didjeridu), 몽환적인 빛깔의 음색을 갖고 있는 핸드팬, 사이키델릭한 일렉 기타와 전자음이 만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월드뮤직을 대상화하지 않는 신중함과 깊이감이 있다.

2017년 본격적으로 뭉친 두 멤버는 각각 탄탄한 경력과 색다른 이력을 자랑한다. 프로듀서 겸 기타리스트 애쉬는 성실하게 인디 신(scene)에서 자리잡아왔다. 루디스텔로, 슈가도넛 등에 몸 담았다. 디저리두·핸드팬 연주자 조현은 국내 첫 핸드팬 스튜디오 디지바이브를 설립해 교육자로도 나서고 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둘이 보낸 시간이 쌓이는 동안 신뢰도 확고해졌다. 2인 밴드지만 보통 4인 이상으로 구성된 밴드에 뒤지지 않은 힘과 에너지가 있다고 자부하는 이유다.

최근 발매한 신곡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는 애니멀 다이버스의 특징과 강점이 모두 녹아 있는 곡이다. 자신의 원형질을 지키면서도 스코틀랜드 백파이프 등을 이용해 탈바꿈(Metamorphosis)한 음악은 새로운 변주의 미학을 보여준다. 다음은 애쉬와 조현을 홍대 앞에서 만나 나눈 일문일답.

-이번 싱글이 참 좋아요.

"세계 민속 음악의 소리들을 차용한 부분들이 많은 분들에게 재밌는 접근이 된 것 같아요. 댄서블한 형식이라든지 빌드업 형식이라든지 애니멀 다이버스 색깔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더하고자 했습니다."(조현)

-월드 뮤직 팀으로 분류되는데 '월드 뮤직을 한다'는 티를 내지 않습니다. 이국적인 음악인데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그런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현이가 연주하는 디저리두, 핸드팬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본적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게 있어요."(애쉬)
[서울=뉴시스] 애니멀 다이버스 애쉬. (사진 = 뮤지션 제공) 2023.09.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애니멀 다이버스 애쉬. (사진 = 뮤지션 제공) 2023.09.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형 말대로 정형화된 면들을 최대한 벗어나고자 했죠. '이런 악기를 연주한다'라는 이미지보다 그냥 많은 분들이 곡 자체로 인식하기를 원했어요. 이런 악기의 경우 '플레이를 했다'로만 남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걸 콘텐츠화하려면 일단 곡이 형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음악적 정서의 뿌리가 탄탄해요. 형은 메탈 음악에 정서를 갖고 있고, 저는 힙합·일렉트로닉에 관심이 컸죠. 일반적으로 월드 뮤직을 하시는 분들과 정서의 뿌리부터 조금은 달랐던 것 같긴 해요."(조현)

-애쉬 씨는 처음에 음악을 어떻게 시작하신 거예요?

"기타를 본격적으로 친 건 좀 늦었어요. 대학교 가서요. 늦은 만큼 연습을 많이 했는데 실력이 느는 게 느껴지니까 재밌더라고요. 메탈 밴드 '판테라'를 보고 '저런 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저것 듣다가 밴드 '익스트림'을 좋아하게 됐어요. 리드미컬하게 리듬을 치니까 그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펑크 밴드를 하다가 전자 음악팀을 하고 싶었고 현이를 만나게 된 거죠."(애쉬)

-조현 씨는 이력이 좀 특이합니다.

"20대 때까지는 음악 소비자였어요. 원래 직업은 잡지사 에디터였고요. 그러다 서른 살에 반년 동안 인도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북인도에 자유 음악가들이 모이는 마을이 있어요. 인도의 북인도 쪽에 자유음악가들이 모이는 마을에 가봤는데, 매일매일 잼(jam·즉흥연주)이 열리더라고요. 리드미컬한 연주들을 보면서 더 빠지게 됐죠. 지금은 없어졌는데 강남의 '레인보우'라는 바(bar)가 있었어요. 그 바 역시 매주 수요일마다 악기 가져온 사람들하고 잼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늘 만나 같이 연주했던 기타리스트 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랑 국가 지원 사업인 '청춘 마이크'(문화체육관광부가 청년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업)에 선정돼 활동을 했는데, 이후에 다음 스텝이 열렸어요."(조현)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거예요?

"원초적인 전통 악기들에 조금은 현대적인 소리들이 입혀지면 더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현역 뮤지션에게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봤는데, 애쉬 형을 발견하게 된 거죠. 형은 제 미디 음악 레슨 선생님이에요. 제가 가져간 악기 소스를 형이 만지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팀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 거죠. '케미컬 브라더스'를 좋아하는 등 좋아하는 취향이 비슷했고 무엇보다 다른 장르를 좇기 보다는 우리 음악을 하자는 것에 동의할 수 있었던 게 너무 좋았어요."(조현)
[서울=뉴시스] 애니멀 다이버스 조현. (사진 = 뮤지션 제공) 2023.09.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애니멀 다이버스 조현. (사진 = 뮤지션 제공) 2023.09.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해외에서 더 유명한 팀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 19 전에 꽤 투어를 다녔어요. 중국 3개 도시 투어를 했고 영국 리버풀에서 열리는 사운드 시티 페스티벌에도 참여했고요.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열리는 큰 음악 축제인 보이스 오브 노마즈에도 갔죠. 2019년 해외에서 러브콜을 많이 받고 2020년 일정이 대거 잡혀 있었는데 코로나19로 브레이크가 걸린 거 같아 아쉬움으로 남아 있긴 해요. 큰 건만 4, 5개가 취소됐죠."(조현)

-공연을 기반 삼는 팀이라 코로나 기간 동안 더 고민이 컸을 거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밴드가 아예 멈춰 있는 모습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싱글을 내고, 스트리밍 공연을 하고, 거리두기 공연을 하고… 그 와중에 저희가 할 수 있는 걸 한 거 같아요."(조현)

-너무 좋은 음악이지만 국내에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장르예요. 인디 신의 반경도 갈수록 줄어드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저희랑 함께 공연을 할 만한 팀을 찾기가 힘들어요. 어느 정도 색채가 비슷한 세 팀이 기획 공연을 하게 되면 에너지가 확 올라가는데, 그게 힘들죠."(애쉬)

"유럽은 물론 가까운 나라 일본만 해도 디저리두 페스티벌 한다고 하면 3~4000명이 모이거든요. 그런 모습이 부럽긴 하죠. 그 자체만으로 존중 받는 느낌이 드니까요."(조현)
[서울=뉴시스] 애니멀 다이버스. (사진 = 뮤지션 제공) 2023.09.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애니멀 다이버스. (사진 = 뮤지션 제공) 2023.09.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코로나 전에는 그래도 음악이 조금 더 다양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 공연용 음악이 아닌 리스닝용 음악이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퍼지면서 그런 음악들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팀도 줄었고요."(애쉬)

-애니멀 다이버스가 국내 음악 다양성의 '최후의 보루' 같은 느낌도 듭니다. 앞으로 활동 방향은 어떤가요?

"현재 상황과 실패 등의 이유를 외부에 많이 안 두려고 해요. 우리 밴드 안에서 타결책을 찾고 방향성을 잡을까 합니다. 조금 더 준비를 해서 내년엔 해외 투어를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긴 해요. 몽골 쪽도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유럽 쪽 투어도 지원을 해보려고 하고요. 이달 말 열리는 '도쿄 핸드팬 페스티벌'(30일~10월1일 나가노)에도 섭외됐어요. 한국 뮤지션이 이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런 공연들을 통해 저희를 좀 더 알리고 싶어요."(조현)

-애니멀 다이버스 공연은 접하면 정말 못 잊을 거 같아요.

"저희를 그간 접하지 못한 분들이 있는 장소에서 공연할 기회가 좀 많았으면 좋겠어요."(애쉬)

"저희 공연을 보신 관객들이나 관계자들의 태도가 확 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런 모습을 앞으로도 더 많이 봤으면 좋겠습니다."(조현)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