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차출, 수당無…'핼러윈' 공무원들 피로 누적 호소
마포구청 600여명·용산구청 900명 투입
"이태원 참사 영향…새벽 3시까지 근무"
"경찰 안전업무까지 행정 공무원 동원"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건대맛의거리에서 다중운집 상황 발생을 가정한 인파감지 시스템 활용 인파밀집 예방 합동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2023.10.25. [email protected]
28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이후 첫 핼러윈 데이를 맞아 지자체들이 각종 안전관리 대책을 내놨다.
이태원이 위치한 용산구청은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구청 공무원 900여명을 포함해 경찰·소방 등 인력 30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한다. 홍대가 있는 마포구청도 공무원 600명 등 총 2850명의 안전관리인원을 배치한다.
마포구청은 핼러윈 기간 오후 7시부터 오전 3시까지 공무원을 안전관리인원으로 투입하는데, 야간 시간대 초과근무수당은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포구청 공무원은 뉴시스에 "공무원 초과근무규정에 따라 최대 4시간까지 수당을 인정받는데, 새벽 3시까지 근무하면 8시간을 근무하고 4시간치밖에 받지 못한다. 대체휴무를 선택할 수 있지만 그러면 수당을 전혀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주 주말마다 행사에 차출되고 있다. 핼러윈 투입은 올해 처음인데 수당도 제대로 안 주고 새벽까지 근무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태원 참사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에도 자신을 마포구청 공무원이라 밝힌 누리꾼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공무원 차출, 과로로 누가 죽어야지 끝나나"라며 "새벽 3시에 택시비 없이 알아서 집에 가라고 한다. 수당 하나도 없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사고현장 인근에 추모메세지가 붙어 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는 29일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1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2023.10.18. [email protected]
박중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외부인력을 고용하면 돈이 많이 드니 인건비가 가장 적게 드는 공무원들을 계속 동원하는 것"이라며 "행정직 공무원이 각종 재난에 행사까지 동원되니 자기 업무를 할 시간이 없다. 정당한 대가를 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무원 차출 문제와 관련해, 최근 의회에서 외부업체를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마포구청이 "인건비가 많이 든다"며 반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열린 마포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채우진 더불어민주당 마포구의원은 "아무래도 공무원들이 안전요원으로 투입이 많이 되지 않냐"며 "안전요원 업체를 활용하는 방안은 없냐"고 질의했다.
이에 마포구청 관광정책과장은 "안전요원 업체를 일부 활용하지만 인건비가 상당히 비싸다"며 "일반적으로 1인당 15만원~20만원, 밤 경비로 저녁에 야근수당까지 주면 25만원~30만원까지도 간다"고 답했다.
민간 안전요원을 채용하는 대신 공무원을 차출하는 현행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주최자 없는 행사'의 경우 지자체장이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재난안전관리법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향후 지자체 공무원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대변인은 "이제 주최자 없는 행사도 전부 지자체가 책임지라는 것"이라며 "윗선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하위직만 동원하는 일이 심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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