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다고 병원 마비…값싼인력 의존, 의료체계 민낯
전북대병원 전공의는 46.1% 차지
필수의료 핵심과 최대 64.1% 의존
다른 병원 역시 의존도 30% '훌쩍'
비상의료체계에도 와르르 무너져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19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병원 안내판에 '전공의 사직 관련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2024.02.19. [email protected]
무엇보다 전북의 주요 의료진들은 전공의 집단행동이 3주차에 들어서자 높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거점국립대병원인 전북대병원이 심각하다. 비상의료체계를 수립했음에도 의료진이 한계점에 임박한 것이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젊은 의료진이 야간당직을 수일째 전담하고 연일 큰 수술 등으로 인해 과부화가 걸리기 일보 직전이다.
한 전북대병원 의료진은 "이젠 하루도 버티기 힘들 지경"이라며 "이러다가 과로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높은 전공의 의존도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대병원의 의료진은 총 446명이 있다. 이 중 206명이 전공의로 46.1%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공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셈이다. 매번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갈 경우 비상진료체계가 얼마 버티지 못하는 이유다.
전북대병원의 일부 필수의료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수술의 핵심인 마취통증의학과의 경우 24명의 의료진 중 14명이 전공의다. 전공의 의존도가 58.3%에 달한다. 산부인과는 14명 중 5명인 35.7%가 전공의이며 응급의학과의 경우 19명의 의료진 중 12명(64.1%)이 전공의다.
정형외과도 28명 중 13명인 46.4%, 신경과 19명 중 9명인 47.3%, 정신건강의학과 18명 중 11명인 61.1% 등 전공의 비율이 높다.
비상의료체계가 수립되더라도 전공의 의존도가 매우 높아 비상시 필수의료체계가 와르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비율이 너무 높다보니 비상의료체계가 수립되더라도 필수의료가 무너지고 있다"며 "30% 이하로 전공의 비율을 낮추고 전문의 비율을 높여야만 비상시 의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상황은 수련의병원인 원광대병원과 예수병원도 마찬가지다.
원광대병원(지난 5일 기준)의 경우 251명의 의료진 중 100명, 즉 39.8%가 전공의다. 예수병원의 경우 224명의 의료진 중 81명인 36.1%가 전공의로 모두 30%가 넘는 전공의 의존도가 심각하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비율이 46%, 세브란스병원 40.1%, 서울아산병원 34.3%, 삼성병원 38% 등 빅5 병원 중 4곳도 전공의 비율이 30~40%를 유지하고 있다.
전공의 비율이 높은 이유에는 값싼 인건비가 지적되고 있다. 봉급이 높은 전문의 대신 임금이 적은 전공의 중심의 의료체계가 수립된 것이다.
의료계는 전공의 비율을 낮추고 전문의 중심의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강영석 전북특별자치도 보건여성국장은 "비상시 지역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위해선 전문의 중심의 의료체계를 재수립해야한다"며 "정부가 지역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한 방안도 지역의 병원은 전문의 중심의 체제로 개편하는 안이 필수의료패키지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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