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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치 전 美차관보 "한반도 핵 재배치론 한국 상황 고려 없는 나쁜 아이디어"

등록 2024.05.30 17: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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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포럼 계기 프레스미팅…"北 비핵화 의지 기대 어려워"

"남북·북미개선 없이 비핵화 진전 어려워…대화밖에 없어"

동북아 핵전쟁 예언엔 "우발적 사건 의한 확전 예방해야"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가 3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5.30. woo1223@newsis.com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가 3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19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5.30.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변해정 기자 =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30일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미국 공화당 내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북한 비핵화'도 실현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날 제19차 제주포럼이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가진 프레스 미팅에서 "미국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자는 것은 한국의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는 나쁜 아이디어다. 남북 뿐 아니라 미국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전술핵과의 구분이 불분명해지는 전술핵은 쉽게 말해 재래식 무기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커 하나의 도시를 파괴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할 경우 북한이 선제 타격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그 자체로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방향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에 핵 공유에 가까운 확장억제(핵우산)를 확실하게 약속한데다 북한이 미국의 전술핵을 쉽게 탐지하기 어려워 억지 전략은 유효하다"면서 "무엇보다 북한이 핵을 쓰면 존속할 수 없다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기대하기 어렵고 그 자체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봤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대북 협상을 맡았던 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대가로 경수로와 관계 정상화를 약속한 북미 '제네바 합의'를 성사시킨 당사자다.

그는 "30년 전 당시 김정일 정권은 성실이 협상해 임했지만 (나중에)미 중앙정보국(CIA)를 통해 북한이 그때 이미 파키스탄과 협력해 원심분리기 등 우라늄 농축설비를 몰래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믿을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우 더더욱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북핵 포기를 위한 전제는 북한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고려가 적은 것 같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는 남북 및 북미 관계의 개선 없이는 불가능한 만큼 북한의 입장을 헤아리는, 소위 공감대(empathy)를 갖는 게 중요하다. 핵 포기를 전제하는 협상은 안 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에 일일이 반박하면 대화의 길을 열리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지난 1월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에서 동북아 핵전쟁을 예언한 데 대해서는 "핵전쟁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경고한 것"이라면서 "우발적 사건에 의한 확전 가능성을 막을 대안을 모색해야 하며 결론적으론 대화 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예측 불가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의 독자 핵무장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을 중요하게 생각치 않고 안보 공약에 대한 확신도 적어 동맹국의 독자 핵무장론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래주의적 성격이 강해 미국에 금전적으로 돌아오는 게 있다면 별로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동맹은 조약에 기초한 것으로 개인 선호에 따라 달라질 수 없고, 동맹국의 안보는 미국에도 사활이 걸린 국가 이익이라는 인식이 미국의 전반적인 분위기여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도 쉽게 뒤짚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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