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미상' 화재 임차건물 피해복구 안하고 반환해도 될까[법대로]
2020년 원인미상의 화재…임차인, 원상복구 못한채 계약 끝
法 "불 나도 임차인 자신 책임 아니라고 입증해야 책임 면제"
[군산=뉴시스] 최정규 기자 = 전주지법 군산지원 전경.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임차한 건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한다면, 세입자는 원상복구의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
임차인 A씨는 임대인 B씨와 2018년 8월1일부터 2021년 7월31일까지 전북 군산의 한 공장을 빌리는 계약을 맺었다. A씨는 임대보증금 1000만원에 매달 차임 320만원을 납부하는 데 도장을 찍었다.
해당 건물에서 A씨는 세탁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고는 2020년에 찾아왔다.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외벽 및 천장 일부가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전북경찰청은 감식에 들어갔다. 경찰은 '물탱크 연결 배관 위를 지나는 모터 펌프 연결 전원선 주변에서 불꽃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토대로 최초 발화부를 연소된 전원선으로 봤다. 하지만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아 발화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7년 5월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소멸한 경우에 대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 의무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경우, 이러한 상황이 임차인 스스로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임을 증명해야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증명하지 못한다면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A씨 사건을 심리한 전주지법도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박성구 판사는 지난달 9일 A씨 사건에 대해 "피고(A)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임차인인 피고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박 판사는 원상회복 비용을 3062만5000원으로 보며 "여러 사정을 비춰봤을 때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씨가 B씨에게 1837만5000원을 지급할 것을 선고했다.
더불어 A씨가 B씨에게 지급하지 않은 차임에 대해서도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A씨는 화재 이후 연소한 부분을 일부 복구해 세탁 공장을 계속 운영하다가 2023년 4월 공장에서 퇴거했다. 화재 이후 A씨와 B씨는 임대 기간 중 차임을 270만원으로 감액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A씨는 2022년 12월까지만 해당 금액으로 차임을 지급한 후 돌연 지난해부터 차임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B씨는 지급 기한이 지나 감액 합의 효력이 없다며 300만원의 차임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박 판사는 "감액 합의의 효력이 상실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270만원씩 7개월 연체한 금액에서 보증금 1000만원을 제외한 890만원도 추가로 지급하라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A씨가 B씨에게 원상회복 비용과 연체 차임을 합친 총 2727만5000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여기에 지난해 7월25일부터 올해 5월9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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