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 후 9월 복귀 허용?…"지역의료 무너지는 '최악' 될 수도"
현행 규정상 사직시 1년 내 동일 과목·연차 복귀 불가
"빅5 병원으로 가려고 할 것…수도권 쏠림 현상 가중"
일각에선 "복귀자 막기보다는 근무할 수 있게 해줘야"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사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2024.05.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한 대책을 고심 중인 가운데, 규정을 완화해 '9월 복귀'를 허용하면 비수도권 전공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까지 전공의 사직 수리 현황을 점검하고 7월에 보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4일 각 수련병원에 내렸던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고 복귀가 어려운 전공의 사직 수리를 이달 말까지 완료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전공의는 통상 3월과 9월 임용을 하게 되는데 9월 임용을 위한 7월 공고를 내려면 결원 규모 등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기준 사직서가 수리된 레지던트는 40명으로 전체 대비 0.38%에 불과하다.
정부가 복귀자에 대해서는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대규모 복귀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사직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일부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복귀 관련 제한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 전공의 수련 규정에 의해 전공의 과정에서 사직하는 경우 같은 과목, 같은 연차에 1년 이내 복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6월에 사직 수리가 될 경우 내년 6월 이후에 복귀가 가능하다.
권병기 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지난 2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사직서 수리가 된 전공의에게 9월 모집 지원 기회를 부여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수련병원 등 의료계의 요청이 있어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수련병원들의 요구이고, 실제 전공의들이 요구한 사항인지, 의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복귀를 하려면 사직을 하지 않고 바로 복귀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전병왕 전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지난 13일 "전공의들한테 묻고 싶다. (복귀라는) 더 빠르고 좋은 길이 있는데 왜 사직을 하면서 다시 또 들어오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9월 복귀' 규정 완화 의도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 교수는 "전공의 본인들이 사직 (수리)을 해달라며 나간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받아달라는 것, 그리고 사직이 되지 않는다면 그 기간이 무단결근이 되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복귀를 허용할 경우 비수도권 전공의가 소위 '빅5 병원' 등 수도권으로 이동해 지역의료가 더욱 붕괴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탈한 전체 전공의 중에서 9월에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이 얼마 안 될 텐데, 그 전공의들이 다 어디로 가겠나. 빅5 병원으로 가려고 할 것"이라며 "결국 수도권 쏠림이 더 가중된다는 것이고 이거야 말로 최악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수련병원을 옮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면서도 "지금은 90%가 사직서 수리를 해달라고 하고 있는 전례가 없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국민 불안 해소 차원에서 전공의 복귀 문을 더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사직 처리된 전공의가 다른 병원으로 가거나 원래 병원으로 복귀하거나 군대를 가거나 이동은 있을 것 같다"며 "국민 불안과 의료공백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에 돌아오겠다는 사람까지 막는 것보다는 일단 근무를 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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