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협상 제안 '빈손' 오르반, 이젠 푸틴 만나러 방러

가디언, 소식통 인용 보도…"헝가리 총리 5일 방러"

"EU 순회의장국 계기로 젤렌스키·푸틴 회담 계획해"

EU "오르반, EU 대표로 러시아와 교류할 권한 없어"

[베이징=AP/뉴시스]친(親)러시아 성향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2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제안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다.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오르반 총리가 지난해 10월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포럼에 앞서 양자회담할 때 모습. 2024.07.05.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친(親)러시아 성향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2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제안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다.

4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오르반 총리가 이튿날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복수의 헝가리 소식통은 이번 방문은 지난 1일부터 헝가리가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을 맡은 것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방문과 함께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EU 고위 소식통도 오르반 총리의 러시아 방문 사실을 확인했다.

한 헝가리 소식통은 "오르반 총리 팀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기 전부터 러시아 방문을 계획했다"면서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를 중재하려고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 뒤 이뤄지는 이번 (푸틴 대통령과) 회담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튀르크어사용국기구(OTS) 비공식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러시아 방문을 이어갈 전망이다.

EU 내부에서는 이 같은 오르반 총리 행보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키이우=AP/뉴시스] 헝가리 총리실이 제공한 사진에 빅토르 오르반(왼쪽) 헝가리 총리가 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2024.07.02.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순회의장국은 EU를 대표해 러시아와 교류할 권한이 없다"며 "EU 정상회의는 러시아가 가해자고 우크라이나가 피해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사자 없이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어떠한 논의도 이뤄질 수 없다"고 질타했다.

지난 2일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에서 휴전협정을 먼저 맺고 평화회담을 가지라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제시해 온 평화계획이 국제외교 규칙과 규범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에서 줄곧 자신이 주장해 온 '평화공식(Peace Formula)'를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공식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종전을 위한 토대가 마련된다.

푸틴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수용할 수 있는 불가역적 조치를 할 때까지 휴전을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재자를 통해서는 어떠한 우크라이나 문제 합의도 체결할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오르반 총리는 순회의장국 취임을 앞두고 재임 동안 최우선 과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꼽은 바 있다. 평화 중재자를 자처해 온 그는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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