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기말 안 보는 중1 자유학기…'AI 교과서 쪽지시험' 확대
교육부, 최근 전국 교육청에 배포…내년에 적용 예정
시험 안 보는 자유학기 '학력저하' 우려에 평가 강화
중간·기말 안 치지만 예년보다 '수시 평가·안내' 강조
AI 디지털교과서 활용한 수업, 평가도 새로이 강조해
[서울=뉴시스] 2023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가 열린 지난해 9월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교육부 부스에서 디지털 기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4.07.2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내년부터 시험을 보지 않는 중학교 자유학기 동안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등을 활용한 '형성평가'를 수시로 실시할 것을 일선 교육청에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AI 교과서 등을 활용해 일종의 쪽지시험을 수시로 보고 학부모에게 안내해 학력 저하 우려를 잡겠다는 취지다. 다만 AI 교과서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등 학부모와 교직사회 반응이 어떨지는 미지수다.
25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7일 이런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자유학기제 운영 및 지원계획'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안내했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기르고 꿈과 끼를 찾아주겠다는 취지에서 한 학기 또는 두 학기(자유학년제) 동안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체험활동을 운영하는 제도다. 주로 1학년 때 운영한다.
지난 2015년 도입됐으나 시험을 치르지 않는 특성상 학력 저하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내년 중학교 신입생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부터 자유학기제를 최대 한 학기로 줄이는 등 변화가 예고됐다.
이번 지침은 교육부가 새 교육과정에 맞춰 자유학기제 운영의 방향성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평가'다. 교육부는 "그간 제기된 자유학기로 인한 학업성취도 저하 우려 해소를 위해 평가 방식 및 피드백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AI 디지털교과서, 형성평가 시스템, 평가 지원 AI 코스웨어(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평가도구를 활용한 진단·형성평가를 수시로 실시한다"고 했다. 결과는 학부모에게 학기말 성적통지표나 온라인 클래스, SNS 등 학교 여건에 맞춰 수시로 안내하게 했다.
자유학기제는 시험을 보지 않는 학기로 알려져 있지만, 평가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교사 재량껏 특정 단원을 마칠 때마다 하는 형성평가(쪽지시험 등)나 수행평가와 같은 '과정 중심 평가'를 할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기르고 꿈과 끼를 찾아주겠다는 취지에서 한 학기 또는 두 학기(자유학년제) 동안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체험활동을 운영하는 제도다. 사진은 지난 2019년 8월7일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가 열린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참가자들이 '자유학기제 수업 및 평가 자료'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24.07.25. [email protected]
다만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마련한 2022년과 2023년의 '자유학기(학년) 및 연계학기 운영 참고자료'를 보면, 교육부의 내년도 지침처럼 형성평가를 수시로 실시해 결과를 안내하라는 내용이 강조되지는 않았다.
학부모에게 형성평가 결과를 수시로 안내하도록 한 점도 변화다. 학생부에 기록돼 고교 입시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교사가 AI 교과서 등을 써 평가 결과를 내놓거나 3~5단계 성취도를 매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학력 저하 문제가 불거지자 교육부는 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하고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내년 자유학기 운영 지침에도 이런 내용이 강조됐다.
예년 자유학기 지침과 눈에 띄는 차이점 중 또 하나는 AI 코스웨어의 활용이다. 내년 수학·영어·정보에 도입될 AI 교과서, 그리고 이와 유사한 교육용 프로그램을 자유학기 동안 적극 활용해 수업을 하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자유학기 수업에서 언어·수리·디지털 소양 함양을 목적으로 교과수업과 연계한 활동을 운영하도록 안내했다. AI 교과서와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토의·토론 및 프로젝트 학습 실시도 강조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종전 자유학기 동안 운영할 수 있던 예술·체육 활동과 동아리 활동이 제외된 만큼, 앞으로 자유학기제에서는 예체능 활동보다 국어·수학·디지털 등 교과 연계 수업 위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이런 내용을 구체화한 학교용 '2022 개정 교육과정 자유학기 운영 안내자료'를 배포할 계획이다. 최근 연구책임자를 정해 정책연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AI 코스웨어를 활용한 수업 모델 등을 마련해 제시하게 된다.
이처럼 학력 진단 및 평가와 AI 코스웨어 활용이 강조된 새로운 자유학기제 방침을 두고 일선 교육청에서는 아직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종=뉴시스] 김정현 기자 = 교육부는 지난 17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자유학기제 운영 및 지원계획'(아래)을 안내했다. 내년부터 시험을 보지 않는 중학교 자유학기 동안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등을 활용한 '형성평가'를 수시로 실시할 것을 강조했다. 현재 적용 중인 2023년 자유학기(학년) 및 연계학기 운영 참고자료(위)와 비교해 이런 내용이 새로 강조된 모습. 2024.07.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AI 교과서가 내년 3월 도입될 예정이지만 업체들이 마련 중인 교과서의 구체적인 모습이 공개된 적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AI 교과서를 두고는 학생들의 '디지털 과몰입' 및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가 여전하고 국회에 도입을 유보해야 한다는 반대 청원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한 수도권 교육청 관계자는 "형성평가를 수시로 실시하는 것 자체는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며 "AI 교과서가 나와 봐야 하는데 그 실체를 보여준 적이 없으니 구체화 되는 2학기가 돼야 판단할 수 있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학력 진단을 강조했으나 학습 부담을 줄이면서 토론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강조하는 자유학기제 취지를 잇는다는 입장이다. AI 코스웨어 관련해서도 교사 재량에 따라 다른 방식을 쓸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유학기제 취지와 달리 공부만 시켜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학부모에게 피드백을 잘 해 달라는 취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AI 교과서는 2025년 일부 과목에만 도입되는 만큼, AI 교과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형성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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