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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식물 방통위③] '무한 탄핵' vs '무한 사퇴'…그 속내는 결국 공영방송 내편 만들기

등록 2024.07.28 05:00:00수정 2024.07.29 11: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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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치킨게임이 만든 초유의 방통위원 ‘0명’ 사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번째 방통위원장 탄핵→사퇴

공영방송 장악 위해 '탄핵 시도→자진 사퇴' 악순환 반복

민주당은 이진숙도 탄핵 추진…방송4법 강행 처리

"여야 MBC 놓고 사실상 전쟁…방통위 망가뜨리는 일"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김현 과방위 간사, 한민수 과방위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4.07.25.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김현 과방위 간사, 한민수 과방위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4.07.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의 자진 사퇴로 '상임위원 0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야당의 탄핵 추진과 이에 맞선 방통위원장 선제적 사퇴가 반복되는 근본적 이유는 공영방송을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한 여야의 양보없는 대치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12월 이동관 전 위원장, 지난 2일 김홍일 전 위원장, 26일 이상인 직무대행까지 방통위원장(직무대행) 3명이 야당의 탄핵 추진으로 자진 사퇴했다. 만약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최대 180일간 방통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방통위의 의사 결정이 마비되는 것을 막기 위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에  자진 사퇴를 택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돼 곧 임기가 만료되는 KBS와 EBS,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교체를 막기 위해 무리하게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MBC 사장을 선임하는 방문진 이사진은 9명(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으로 구성되는데, 현 이사진은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친야 인사들이 더 많다. 현 정부에서 이사진이 교체되면 방문진은 물론 MBC도 친여 성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이를 막기 위해 법에도 없는 직무대행 탄핵까지 무리하게 추진하는 '무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여당의 주장이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방통위 부위원장(직무대행) 사임은 적법성 논란이 있는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따른 것으로, 방통위가 불능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실은 방송 뿐만 아니라 IT·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야당의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회가 더 이상 미래로 가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했다.

이상인 직무대행은 같은날 별도 이임식 없이 정부과천청사를 떠나면서 "방통위가 정쟁의 큰 수렁에 빠져 있는 참담한 상황에서 상임위원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이 (야당에서) 이상인 부위원장 탄핵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라고 질리셨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남발하고 직무대행까지 불법 탄핵을 시도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략에 정신 팔려 탄핵만 외치는 탄핵 중독증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뉴시스]최은수 기자=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겸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뒤 정부과천청사 퇴근길에서 직원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있다.2024.07.26

[과천=뉴시스]최은수 기자=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겸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뒤 정부과천청사 퇴근길에서 직원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있다.2024.07.26


반대로 야권은 정부 여당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 자진사퇴 카드를 남발하는게 문제라고 주장한다. 방통위 상임위원 '0'사태는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여권이 자초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야당은 여권이 방문진 이사진 교체를 통해 친야 성향인 MBC를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방통위원장 탄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야권은 이례적으로 사흘 동안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고 어떤 공직에도 부적합한 인사라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이 이진숙 후보자를 임명하면 또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후보자 탄핵까지 추진할 경우 네 번째 방통위원장 탄핵 추진이 된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00퍼센트 부적격 인사인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국회는 국민 명령과 상식에 따라 합당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야권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이른바 '방송4법'을 순차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26일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강제 종료하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어져 온 2인 체제를 막기 위한 방통위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개정안은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의사정족수를 4명으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동관·김홍일에 이어 이상인 직무대행까지 벌써 세번째 사퇴다. 다음번에 등장할 방통위원장도 탄핵을 피해 중도에 도주할 것이 불 보듯 자명하다”고 했다.

이어 "일찍이 방통위원장들을 불쏘시개 삼아 방송을 장악한 정권은 없다"며 "이러고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법과 원칙에 대한 조롱"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관계자는 "MBC 경영진 교체를 둘러싸고 여야가 사실상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무한 탄핵과 무한 사퇴가 반복되는 상황은 결국 방통위를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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