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조태열 "北대사에 '도발 중단' 촉구할 생각에 다가가…반응 없어 민망"

등록 2024.07.28 00:38:48수정 2024.07.28 08:00:0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라오스서 기자간담회…'최선희 대타' 리영철 조우 뒷얘기

2019년 이후 6년째 외무상 불참, 실익 없다 판단 가능성

 [비엔티안=뉴시스] 변해정 기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 차 라오스를 방문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각) 오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한 호텔 프레스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7.27. hjpyun@newsis.com

[비엔티안=뉴시스] 변해정 기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 차 라오스를 방문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각) 오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한 호텔 프레스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7.27. [email protected]

[비엔티안=뉴시스] 변해정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각)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에게 도발 행위 중단과 대화 복귀를 촉구하기 위해 다가갔지만 냉랭한 반응에 민망했다고 털어놨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의 한 호텔 프레스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리 대사를 보고선) 순간적으로 인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다가갔는데 전혀 반응이 없어 민망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북측 인사를) 만나면 '우리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으며 도발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하라'는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고 그게 제 마음가짐"이라면서 "그러려면 인사부터 해야 하지 않나. (리 대사를) 건드렸는데 돌아보지도 않더라. 반응이 없는 사람을 붙잡고 매달릴 수는 없어 그냥 돌아왔다"고 전했다.

앞서 조 장관은 25일 라오스에 입국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서도 "북측에 우리는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불법 도발 행위와 함께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할 것"이라면서도 "대면하더라도 대화에 응할지는 모르겠다. 대화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조 장관은 26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 만찬장에서 리 대사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돌려 말을 걸었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자 조 장관이 다시 리 대사 자리로 찾아가서는 리 대사 팔에 손을 얹으며 말을 걸지만, 리 대사는 뒷짐을 지고 앞만 보며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두 번의 짧은 대화 시도는 모두 북한의 거부로 끝났다.

반면에 리 대사는 이날 오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입장한 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의 악수 요청에는 응했고 짧은 대화도 나눴다.

과거 남북한은 짤막한 인사 정도는 나눴다.

2022년 캄보디아 회의에 참석한 안광일 주아세안 북한 대사는 만찬장에서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이 다가와 조건 없는 남북 대화를 제안하자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안 대사는 이듬해 회의장 밖에서 마주친 박 장관이 미사일 발사 중단을 요구하자 별다른 대답을 하진 않았지만 박 장관의 발언을 듣기는 했다.

라오스에서 포착된 남북의 냉랭한 기류는 지난해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영향으로 보인다. 북한 외교관이 공개 석상에서 한국 관료와 최소한의 대화를 나누기 어려워진 것이다.
 
북한 외교관도 통상 남북 관계가 원만할 때는 먼저 적극적으로 남측 인사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상 관계가 파탄난 상황에선 무대응하라는 윗선의 지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게 외교가의 전언이다.

정부는 외무상 대신 현지 대사를 참석시킨 것을 두고 북한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점쳤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불참이 오히려 정상이고 참석해봐야 공격과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2000년 ARF에 가입한 뒤 외무상을 참석시켜오다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의장국 주재 대사나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를 수석대표로 보냈다.

조 장관은 26~27일 이틀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5개 외교장관회의 참석과 10개국과의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는 짧은 환담을,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는 약식 회동을 각각 가졌다.

조 장관은 이번 회의의 성과에 대해 "많은 나라들이 국제사회가 연대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는 단호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는 우리의 인식과 같이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아세안은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례적으로 일부 국가들은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비엔티안=뉴시스] 공동취재단· 변해정 기자 =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현지시간)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7.27. hjpyun@newsis.com

[비엔티안=뉴시스] 공동취재단· 변해정 기자 =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7일(현지시간)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7.27.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