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중대재해법 구속 1호' 아리셀 父子…1차 수사 마무리 수순

등록 2024.08.30 14:18:14수정 2024.08.30 15:36:5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 쟁점…고용부, 박순관 대표로 특정

법원서 혐의 상당 부분 입증…늦어도 9월7일 검찰 송치 예정

고용부, 안전 지원 및 외국인 안전교육 강화 등 후속조치 총력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사진 오른쪽)이 난 28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24.08.28.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사진 오른쪽)이 난 28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24.08.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화재로 인해 3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 리튬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의 대표와 총괄본부장이 지난 28일 구속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것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다.

고용노동부가 내달 초 1차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로 송치할 예정인 가운데, 관련자들의 구속으로 핵심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고용당국과 법원 등에 따르면, 발생한 아리셀 화재 사고와 관련해 박순관 대표가 중대재해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28일 구속됐다. 그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는 산안법과 파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누구를 '경영책임자'로 특정할 것인가였다.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가 바로 경영책임자다. 수사 과정에서 아버지인 박 대표를 경영책임자로 볼 것인지, 아들인 박 총괄본부장을 책임자로 볼 것인지에 대해 숙고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누가 처벌받느냐에 따라 기업의 지속성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리셀)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결국 고용당국은 박 대표를 경영책임자로 특정해 그의 구속영장 청구에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영장심사 결과 박 대표가 숙련되지 못한 파견근로자를 투입해 화재 위험이 높은 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을 하도록 하면서도, 경영책임자로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하는 등 23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핵심 혐의를 인정했다.

현재 고용부와 경찰 수사는 두 사람의 구속으로 상당 부분 마무리 된 상태다. 현행 법상 구속 후 10일 이내로 검찰에 송치하도록 돼 있어, 늦어도 9월7일에는 검찰 송치로 1차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를 담당한 강운경 고용부 경기지청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시간·비용 절약을 위해 근로자 안전을 등한시한 결과 23명이라는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앞으로도 안전을 도외시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6월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건물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6.25. photo@newsis.com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지난 6월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건물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합동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6.25. [email protected]


고용당국은 후속 조치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사고는 발생 직후부터 우리 산업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의 축소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안전뿐 아니라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였다는 점, 그 외국인 근로자들이 아리셀 소속이 아닌 무허가 인력업체로부터 불법파견을 받은 일용직이라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특히 아리셀이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핵심인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3년 간 선정돼 산재보험료 감면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용 당국에도 화살이 돌아갔다.

이에 고용부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13일 발표했다.

현재는 정부 주도로 도입되는 고용허가제(E-9, H-2) 인력만 입국 전과 후 산업안전교육을 받지만, 아리셀 외국인 사망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동포비자(H-4) 등은 사실상 사업주 재량에 의존해 안전교육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취업 전 또는 취업 시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전문적인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하기로 했다. 또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고 유형과 주요 공정별 안전 수칙을 모국어로 번역해 제공하고, 11월부터는 외국인 근로자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제작해 보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아리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던 안전시설 설치 미비 등을 방지하기 위해 화재를 막을 수 있는 격벽 혹은 위험 물질을 별도로 보관하는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비상구나 대피로 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시각적 환경을 개선하는 경우 등에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아리셀 화재와 같은 유사 화재·폭발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해나갈 계획"이라며 "시기나 경기 요인을 잘 살펴 사고 다발 업종에 대해 유해·위험 요인을 집중 점검하고, 업종별 간담회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철저히 관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