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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일 탈북 청소년 학교…'님비·혐오'로 20년째 뺑뺑이[현장]

등록 2024.09.27 06:00:00수정 2024.09.27 06: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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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일 탈북민 대안학교 '여명학교'…중·고등학생 100명

20년째 이어지는 님비 수난시대…내후년 새로운 부지 구해야

여명학교 교사 "가교 역할인 학교…정착할 수 있게 지원 필요"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26일 오전 9시30분. 1교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복도에서 웃음꽃을 피우던 학생들이 부리나케 교실로 들어갔다. 음수대에서 단짝 친구와 차례로 물을 마시려다가 황급히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사진은 여명학교. 2024.09.27. frien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26일 오전 9시30분. 1교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복도에서 웃음꽃을 피우던 학생들이 부리나케 교실로 들어갔다. 음수대에서 단짝 친구와 차례로 물을 마시려다가 황급히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사진은 여명학교. 2024.09.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26일 오전 9시30분. 1교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복도에서 웃음꽃을 피우던 학생들이 부리나케 교실로 들어갔다. 음수대에서 단짝 친구와 차례로 물을 마시려다가 황급히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선생님이 칠판에 글씨를 쓰기 시작하자 태블릿PC를 펴고 필기하는 서모(20)씨. '통일' '분단' 등 재차 강조하는 단어는 교과서에 형광펜을 치거나 밑줄을 긋기도 했다. 

그런 서씨도 45분이 흘러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무선 이어폰을 낀 채 음악을 듣는, 영락없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학생회장인 서씨는 1층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농구공을 튀기기도 했다.

서씨와 같은 반인 이모(20)씨도 앞머리에 '헤어 구르프'를 끼기도 하고 달달한 에이드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흔히 상상할 수 있는 '고3'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이들이었다.

스무살인 이들이 고등학교 3학년의 수업을 듣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북한 또는 중국에서 태어나 국경을 넘은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탈북 청소년'이 중·고등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여명학교'다. 27일은 이곳이 올해 스무살을 기념하는 개교 행사를 진행하는 날이다. 뉴시스는 전날 여명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혐오와 님비에 쫓기는 학생·학교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2019년부터 이곳에서 교편을 잡은 이모(40)씨는 여명학교 내 탈북 청소년 100명이 애니메이션과 K-웹툰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260만' 중·고등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2024.09.27. frien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2019년부터 이곳에서 교편을 잡은 이모(40)씨는 여명학교 내 탈북 청소년 100명이 애니메이션과 K-웹툰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260만' 중·고등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2024.09.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들이요? 지난해 1학기만 해도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어서 그런지 쉬는 시간만 되면 볼 차러 내려와요. 우리나라 학생들과 다를 바 없죠."

2019년부터 이곳에서 교편을 잡은 이모(40)씨는 여명학교 내 탈북 청소년 100명이 애니메이션과 K-웹툰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260만' 중·고등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9년째 이들의 급식을 담당하는 임영옥(65)씨도 우리나라 학생과 똑 닮은 이들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한국 학생들처럼 닭날개, 닭봉, 닭윙 다 좋아하고 비빔밥과 요플레가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라며 "콩밥만 싫어할 뿐"이라며 웃어보였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들이 사회와 함께 어우러지기 힘들다는 점이다. '통일시민' 과목을 가르치는 이씨는 주변의 등쌀 탓에 학교가 이리저리 '뺑뺑이'를 돌았던 고충을 토로했다. 이씨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첫 삽을 뜬 여명학교는 2008년 서울 중구 명동으로 옮기는 것을 시작으로 '님비(NIMBY)' 수난을 겪기 시작했다.

급기야 2020년에는 서울 은평구에 부지를 샀으나 지역사회로부터 거절당하기도 했다. 간신히 지난해부터 폐교된 서울 강서구 소재의 염강초에 얹혀 사는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후년인 2026년부터는 다시 새 둥지를 찾아야 하는 실상이다.

탈북민을 향한 '혐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발표한 '2023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탈북민에 대해 한국인이 느끼는 친근감의 정도는 2007년 조사 시행 이래 가장 낮은 19% 정도다. 반대로 '탈북민에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조사 인원 중 31.9%였다.

이씨도 "2011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나온 후 대학에서 교수들이 '탈북민은 공부를 너무 못한다'고 말했다"며 "'팀플'에서도 조사한 자료를 대놓고 별로라고 욕하거나 배제되는 수모를 겪었다"고 일화를 털어놨다.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아 이씨가 바라는 건 하나다. 학교가 더 이상 떠돌지 않고 한 곳에 정착하는 것. 이곳에 간신히 발을 들여놓은 학생들이 주변의 '주홍글씨'로부터 벗어나 보다 안정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마음에서다. 2024.09.27. frien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아 이씨가 바라는 건 하나다. 학교가 더 이상 떠돌지 않고 한 곳에 정착하는 것. 이곳에 간신히 발을 들여놓은 학생들이 주변의 '주홍글씨'로부터 벗어나 보다 안정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마음에서다. 2024.09.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아 이씨가 바라는 건 하나다. 학교가 더 이상 떠돌지 않고 한 곳에 정착하는 것. 이곳에 간신히 발을 들여놓은 학생들이 주변의 '주홍글씨'로부터 벗어나 보다 안정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마음에서다.

이씨는 "학교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현실은 결국 탈북 청소년이 아직 사회로부터 포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상징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가교 역할로서 탈북 청소년의 학력을 보장해주는 여명학교가 한 곳에 정착할 수 있게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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