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잃고 길가 주저앉은 청각장애 할머니 도운 경찰들
인천청 기동순찰2대 4팀…시신 인계부터 장례 절차까지 지원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70대 청각장애인 노모가 작성한 감사글. (사진=인천경찰청 홈페이지 캡처) 2024.10.26. [email protected]
40대 아들의 사망 비보를 듣고 한여름 경찰서 앞 길거리에 낙담한 채 앉아 있던 70대 청각장애인 노모가 경찰의 도움으로 무사히 장례까지 치를 수 있었던 미담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2일 인천경찰청 홈페이지 내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인성을 갖춘 경찰관을 칭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주인공은 인천청 기동순찰2대 4팀 소속 이영호 경감, 박호곤 경위, 김현진 경사, 윤여명 경장이다.
이들은 지난 8월23일 오후 3시30분께 부평구 삼산경찰서 정문 초소 앞에서 망연자실한 상태로 바닥에 앉아 있는 최복순(79·여)씨를 발견했다.
당시 최씨는 삼산서 형사과로부터 아들 A(45)씨의 변사 사실을 전해 듣고 급히 경찰서로 향하던 중이었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찜통더위에 아들의 갑작스러운 비보 충격까지 더해지자 최씨는 경찰서를 목전에 두고선 들어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최씨는 "그때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지러웠다"면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길래 나는 여기서 죽는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다른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던 기동순찰2대 4팀의 시야에 최씨가 들어왔다. 이들은 최씨가 위험에 처한 상황임을 직감하고는 그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하지만 최씨가 청각장애를 앓고 있어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했다. 이들은 휴대전화 문자를 이용해 대화를 시작했다.
확인 결과 약 일주일 전인 8월17일 최씨의 아들이 부평동 거주지에서 변사로 발견됐다고 한다. 아들은 다른 가족 없이 그곳에 혼자 살고 있었다.
최씨의 아들은 사망 후 뒤늦게 발견된 탓에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돼 있었고, 최씨가 아들의 시신을 인계받으려면 여러 서류와 절차가 필요했다.
하지만 장애노인인 최씨에게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서류 한 장을 발급받는 것부터 장례를 치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난관이었다.
이에 경찰은 최씨가 관할 구청을 통해 아들의 시신을 인계받고 장례까지 치를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가며 안내했다.
결국 최씨는 같은 달 31일 화장한 아들의 뼛가루를 바다에 뿌리며 해양장으로 장례를 마칠 수 있었다.
최씨는 "경찰관 네 분께서 노인의 손발이 돼주셨다"며 "이분들 덕분에 아들을 파도에 태워 여행 보냈다"고 인사했다.
지난 24일 오후 삼산동 한 카페에서 최씨와 다시 만난 경찰들은 최씨가 건강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사비로 방한조끼와 스카프, 수면양말을 마련해 전달했다.
윤여명 경장이 최씨에게 스카프를 둘러주자 최씨는 책상에 엎드려 한참을 울었다. 최씨는 "제가 은혜를 갚아야 하는데 받기만 해서 너무 죄송스럽다"면서 "이렇게 좋은 세상이라는 것을 난 이제야 알았다"고 흐느꼈다.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지난 24일 오후 인천 부평구 삼산동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난 최복순씨와 인천경찰청 기동순찰2대 4팀. 2024.10.2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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