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 "김기동 감독의 '설렁설렁' 지적에 정신이 번쩍"
"김기동 감독 축구, 이제는 이해하고 즐기고 있어"
[구리=뉴시스] 황준선 기자 = FC서울 제시 린가드가 30일 오후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30. [email protected]
린가드는 30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 왔을 때 이 정도로 터프하고 힘들 줄 몰랐다"며 "한국 선수들이 이렇게 많이 뛰고, 싸우고, 노력하는 걸 기대하진 않았다. 조금은 쉬운 마음으로 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2~3경기쯤 뛰었을 때 감독님이 언론을 통해 세게 저를 비판하는 걸 보고 정신을 차리게 됐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후로는 경기에 들어가서 자연스럽게 템포나 스타일에 적응해 갔다. 지금은 확실히 한국 축구 스타일에 적응됐다"고 덧붙였다.
김기동 감독은 지난 3월16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3라운드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후반 12분 미드필더 류재문 대신 들어간 린가드를 재교체할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경기를 보시지 않았느냐. 그게 답이다"며 "몇 분 뛰지 않는 선수가 몸싸움도 안 해주고 '설렁설렁'하고, 90분 출전하는 선수보다 못 뛰면 저는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름값으로 축구할 것 같으면 은퇴한 선수들 데려다 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린가드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구리=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기동(왼쪽) FC서울 감독이 30일 오후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30. [email protected]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유스 출신인 린가드는 2011년 프로로 데뷔했다. 2021~2022시즌까지 맨유 소속으로 리그 149경기에서 20골을 포함해 공식전 232경기 35골을 남겼다.
하지만 2022~2023시즌 노팅엄 포레스트(잉글랜드)로 완전 이적한 뒤 하락세를 걸었다. 리그 17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고, 공식전 통틀어서 20경기 2골을 넣었다.
노팅엄과 계약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여기에 잦은 부상으로 기량이 저하됐고, 어릴 때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건강 악화 끝에 세상을 떠나고 할아버지가 입원하는 등 악재까지 겹쳤다.
[구리=뉴시스] 황준선 기자 = FC서울 제시 린가드가 30일 오후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30. [email protected]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그는 맨체스터까지 찾아와 자신의 훈련을 지켜본 서울 구단의 진심에 감동받아 한국행을 결정했다.
K리그 데뷔 첫 시즌 현재까지 23경기에 나서 5골 2도움을 올린 린가드는 서울이 5년 만에 파이널A에 복귀하는 데 일조했다. 또 주장 기성용이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을 땐 캡틴으로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십도 발휘했다.
린가드는 "김기동 감독은 축구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높다. 매 경기 분명한 계획이 있다. 어느 감독이든 새로운 팀에 와서 첫 시즌을 쉽지 않은데 빠르게 적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중반부터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선수들이 이해한다고 느꼈다. 감독님의 장점은 매니지먼트를 굉장히 잘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과 일대일로 대화하면서 소통한다.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이런 감독 아래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축구뿐 아니라 삶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면 신뢰가 쌓이고 자신감이 올라온다. 나뿐만 아니라 선수단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 강조했다.
[구리=뉴시스] 황준선 기자 = 김기동(가운데) FC서울 감독이 30일 오후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30.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서울에서 다시 만났는데, 초반에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어색할 때 다가와 말을 걸어줬다. 또 제가 리더십을 끌어내도록 도와줬다"며 "라커룸에서 기성용의 존재는 정말 크다. 저 말고 무거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선수가 있어 힘이 된다. 옆에서 많이 배운다"고 했다.
한국에서 한 시즌을 되돌아본 린가드는 "K리그는 이번 시즌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수나 구단 관계자, 축구 산업에서 일하는 모든 분이 좀 더 노력하면 EPL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이 K리그를 세계 알리는 첫해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더 많이 알릴 거라고 자신한다. 모두가 노력하면 K리그는 더 멋있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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