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한파에 창업하는 MZ…"창업보다 정착 지원 필요"
청년 취업자 23개월 연속 감소…구직 단념하기도
취업 어려운 대신 창업 관심…"좋은 일자리 없어"
문제는 창업보다 정착…창업만큼이나 폐업도 많아
"보여주기식 창업 지원보다 정착 지원 강화 필요"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IFS 프랜차이즈 창업·산업 박람회'가 관람객으로 붐비고 있다. 2024.10.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최성웅 인턴기자 = #울산 남구에서 가구점을 운영 중인 서범진(25)씨.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데다 900점대 토익점수, 3~4개의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창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던 대기업에서 한 달간의 평가 끝에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고 이후로도 수없이 많은 탈락 고배에 서씨는 창업을 결심했다. 지금은 고향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그는 "취업이 꼭 정답은 아니다"라며 "남의 돈을 벌어주는 사람보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30세대의 취업자 수는 감소하는 반면 창업을 선택한 이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창업에 뛰어든 청년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 보여주기식 창업 지원보다 정착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6개월 이상 취업을 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 5명 중 3명이 2030세대로 나타났다. 취업을 포기한 '쉬었음 청년' 역시 44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하고 있다.
장기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꼽힌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취업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아예 단념하는 이들조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취업 한파는 계속되는 한편 청년들의 창업 열기는 뜨겁다.
통계청 '전국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29세 이하 대표자의 사업체 수는 2020년 22만 5597곳에서 2023년 26만 177곳으로 15.3% 증가했다. 21일 발표한 신한카드의 '2024년 MZ 사장님 동향 리포트'에서도 2030 사장님들의 비중은 전체 자영업자의 17.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30 청년들이 취업에 있어서 눈높이가 서로 안 맞는 상황"이라며 "취업보다는 창업에 눈을 돌려서 리스크를 안더라도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관악구에 와인바를 차린 유신준(24)씨는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소득을 꼽기도 했다. 그는 "돈을 벌 수 있는 한계치가 너무나도 다르다"며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벌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창업보다 어려운 건 가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거라고 창업자들은 이야기한다. 창업 초기의 바람과는 달리 젊은 사장님들은 가게를 유지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3년간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던 김모(25)씨는 지난해 12월 폐업 신청을 했다. 한가할 땐 손님 숫자를 한 손가락으로 셀 수도 있었다는 그는 "결과적으로 취업보다 창업이 어렵다"며 "창업 후 가게를 유지해 성공하는 비율을 보면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확률보다 낮다고 체감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연령별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 중 2030의 비율은 34.6%였다. 2030세대 사장 3명 중 1명은 폐업을 한 셈이다.
이에 양 교수는 "창업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기에 조심해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 역시 섣부른 보여주기식 지원보다는 창업 이후에도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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