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인 듯 담배 아닌 금연보조제…흡연자 vs 단속반 진실게임

흡연욕구저하제 외형, 담배나 전자담배와 유사

흡연욕구저하제 쓰다가 보건소 단속반에 적발

전자담배 피우다 흡연욕구저하제라 우기기도

과태료 피하려면 소명 자료 보건소 제출해야

[서울=뉴시스]흡연욕구저하제. 2024.12.12.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담배를 끊기 위해 금연보조제를 쓰는 흡연자들과 보건소 단속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19일 서울시 보건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등에 따르면 흡연 욕구를 떨어뜨릴 목적으로 사용하는 금연보조제인 '흡연욕구저하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 식약처 허가를 받은 흡연욕구저하제는 체인지(포에이치글로벌), 체인지스틱(포에이치글로벌), 아로마금연파이프(미향메드), 클리닉금연파이프(젠파마) 등 4종이다.

체인지와 체인지스틱은 전자장치(기기)로 연초유(무니코틴) 등이 함유된 액상 내용물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전자식 제품이다.

아로마금연파이프, 클리닉금연파이프는 불을 붙이지 않고 담배를 피우듯이 입에 물고 흡입하는 비점화식 궐련형 제품으로 박하나 반하, 정향 등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흡연욕구저하제 외형이 담배나 전자담배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흡연욕구저하제를 쓸 때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탓에 일반인이 보면 실제 담배나 전자담배와 구별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금연구역에서 흡연욕구저하제를 쓰다가 보건소 단속반에 적발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금연구역을 지나던 일반인이 흡연욕구저하제 이용자를 보고 보건소에 신고하기 때문이다.

보건소 단속반으로서는 신고가 들어온 이상 단속에 나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흡연욕구저하제 이용자 역시 억울함을 호소한다. 담배가 아닌 금연보조제를 쓰는 것인데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음주측정기처럼 니코틴 함유 여부를 확인할 기계가 없는 점 역시 단속 현장에서 혼선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일단 단속을 당한 흡연욕구저하제 이용자가 과태료 처분을 피하려면 소명 자료를 보건소에 제출해야 한다. 제품 설명서나 구매처, 성분표 등을 제시해 담배가 아닌 흡연욕구저하제임을 입증해야 한다.

끝내 소명 자료를 내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허가를 받지 않은 흡연욕구저하제를 쓰다가 뒤늦게 니코틴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경우, 애초부터 흡연욕구저하제가 아닌 실제 담배를 피우고도 거짓말한 경우 등이 있다고 보건소 측은 설명한다.

영등포구 보건소는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 전자식 흡연욕구저하제는 외견상으로는 담배인지 여부의 식별이 어렵다"며 "금연 단속원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니코틴 성분이 있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방법이나 장비도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보건복지부 지침에 '전자식 흡연욕구저하제는 담배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외견상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 행위와 유사해 타인에게 흡연 욕구를 자극하는 등 영향을 미치므로 제재 가능하고 담배가 아님을 흡연자 본인이 입증해야 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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