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배우러"…탄핵 정국 광주 5·18 사적지 발길 늘어
한강 노벨문학상·12·3비상계엄 맞물려 광주 발걸음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순천시 연향중학교 재학생들이 13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12살 나이로 계엄군의 흉탄에 숨진 고(故) 전재수군을 참배하고 있다. 2024.12.13. [email protected]
지난 13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민주묘지에서 순천 연향중학교 2학년 재학생 210여 명의 숙연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민주묘지에 들어선 학생들은 줄지어 늘어선 묘지들의 개수에 말문이 막힌 듯 침묵했다.
분향·헌화를 마친 학생들은 조를 나눈 뒤 학교에서 미리 공부한 5·18민주화운동 열사들의 묘소로 향해 동행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한강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 속 주인공 동호의 모델이 된 학생 시민군 고(故) 문재학 열사, 12살 나이로 최연소 공식 사망자로 기록된 '오월의 막내' 고 전재수 군 등의 묘소를 찾아 일대기를 듣고 묵념했다.
학생들은 44년 전 민주주의가 위협받았을 당시 전두환 신군부와 정면으로 맞섰던 광주의 모습을 배우고자 민주묘지 등 5·18 사적지들을 방문했다.
재학생 정현원(16)군은 "광주 5·18 사적지 방문을 통해 과거 있었던 5·17 비상계엄과 오늘날 12·3 비상계엄을 비교할 수 있었다. 두 계엄령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과거 계엄을 겪은 분들이 아직도 고통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도 새롭게 알았다"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광주 방문을 통해 민주주의를 더욱 뜻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담임 김한기(61) 교사도 "아이들에게 '역사 의식을 갖고 살자'는 생각을 심어주고자 광주 5·18 사적지 방문 계획을 세웠다. 오전에 들린 전일빌딩245의 헬기사격 탄흔 갯수가 인상적이고 마음아팠다"며 "아픈 역사가 결코 반복돼선 안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순천시 연향중학교 재학생들이 13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 영령들의 묘소를 둘러보고 있다. 2024.12.13. [email protected]
12·3 비상계엄 사태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등이 이어지면서 광주지역 5·18 사적지 또는 연관지를 찾는 방문객이 증가세다.
15일 5·18기록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5·18사적지 4호 금남로에 위치한 5·18기록관과 5·18사적지 28호 전일빌딩245 내 8~9층 계엄군 헬기사격 전시관을 찾은 방문객 수는 총 370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263명보다 약 500여 명 더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전일빌딩 헬기사격 전시관 방문객 수가 부쩍 늘었다. 지난해 같은기간 전일빌딩 헬기사격 전시관 방문객 수는 1858명이었지만 올해는 2401명으로 600여 명 가까이 증가했다.
민주묘지 참배객 수도 같은 기간 누적 3000여명에 육박한다. 특히 12·3 비상계엄이 내려졌던 12월 첫째 주 주말을 기점으로 참배객 수가 늘었다.
이달 첫째 주 평일 100여명 수준을 기록하던 민주묘지 참배객 수는 12·3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인 지난 6일 315명, 8일 319명을 기록했다. 이달 둘째 주에는 평일에도 직전 주 대비 두 배 가량 늘어난 200여명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300여명이 민주묘지를 찾았다.
관계자들은 한강의 수상 소식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사태가 맞물리면서 방문객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기록관 관계자는 "단순히 비상계엄사태로 방문객 수가 늘었다고는 단정할 수는 없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도 함께 전해지면서 덩달아 늘어난 것이 아닌지 보고 있다"며 "방문객 추이를 분석해 더 나은 전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순천시 연향중학교 재학생들이 13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묘역을 둘러보며 5·18 영령들에 참배하고 있다. 2024.12.1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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