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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모자란 러시아, 전쟁터에 '영화소품'까지 끌고 왔다

등록 2024.12.23 14:05:07수정 2024.12.23 14: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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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넘은 구소련 시절 장갑차 투입

[타르투스=AP/뉴시스] 16일(현지시각) 시리아 지중해 연안 타르투스 인근 도로에서 러시아군 차량 행렬 속 장갑차가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당시 타르투스에 있는 해군 기지를 반영구 임대해 사용해 왔으며 정권 붕괴 후 이를 보호하기 위해 반군 세력과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024.12.16.

[타르투스=AP/뉴시스] 16일(현지시각) 시리아 지중해 연안 타르투스 인근 도로에서 러시아군 차량 행렬 속 장갑차가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당시 타르투스에 있는 해군 기지를 반영구 임대해 사용해 왔으며 정권 붕괴 후 이를 보호하기 위해 반군 세력과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024.12.16.


[서울=뉴시스]홍주석 인턴 기자 = 우크라이나와 2년 10개월 넘게 전쟁 중인 러시아군이 보유한 장갑차 대부분을 잃자, 영화 소품으로 쓰이던 구소련 시절 탱크까지 전쟁에 동원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영화 제작사인 모스 필름 대표는 지난달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제작사가 갖고 있던 1950년대 제작된 탱크 등 군용 차량 50여대를 러시아군에게 제공하겠다고 했다.

모스 필름이 제공하는 군용 차량은 제작사 측이 영화 촬영 소품으로, 1960년대 당시 소련 정부가 제작사에 기증해 60년 동안 사용됐다.

WSJ은 "50년 넘게 전쟁터를 떠나있던 이 장갑차들이 수십 년 만에 러시아군으로 돌아가는 것은 현재 러시아가 심각한 장갑차 부족 상황을 겪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서방 당국자와 분석가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탱크 3600여대를 포함한 군용 차량 총 1만1000여대를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쟁 전 기준으로, 러시아의 15년간 생산량과 맞먹는 수치다. 분석가들은 현재 러시아군에게 남은 탱크를 2600여대로 추정했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는 전쟁 동안 갖은 제재를 겪은 러시아가 이번에도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쿠르스크=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14일(현지시각) 공개한 영상 사진에 러시아 군들이 쿠르스크 국경 지대에서 우크라이나 진지를 향해 D-30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2024.11.14.

[쿠르스크=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14일(현지시각) 공개한 영상 사진에 러시아 군들이 쿠르스크 국경 지대에서 우크라이나 진지를 향해 D-30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2024.11.14.


WSJ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탱크 희생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술을 변경하고 수십 년간 창고에 있던 구소련 시절 장비를 꺼내 정비하는가 하면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등 전쟁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부분 분석가에 따르면 현재 생산 속도를 고려할 때 러시아는 최소 2년 더 전쟁이 가능한 만큼의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군이 전쟁터에 동원하고 있는 구소련 시대 탱크들은 과거 소련이 붕괴하기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량 생산한 것들로 추정된다.

이 탱크 대부분이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다시 운용하기 위해선 최소 몇 주간 정비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와 서방 당국자들은 러시아군이 최전선에 소규모 보병 무리를 가장 먼저 투입하고 탱크는 위장해 조심스럽게 후에 내보내는 식의 전술 변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탱크 등 장갑차의 피해를 최소화하지만, 대신 병사를 더 많이 희생시키는 전술이다. 실제로 최근 러시아군 전사자 수는 전쟁 초기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가을 추산된 러시아군 사상자는 하루 평균 약 1000명으로 300명 미만이었던 2022년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클 코프먼 카네기재단 선임 연구원은 매체에 "러시아는 이 강도 높은 공세를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지만, 그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기 위해 적응 중이다"라며 "우크라이나로서는 러시아의 장비가 바닥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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