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트럼프, LA산불 재난에도 '동정심' 제로..오히려 민주당 주지사 비난만 - AP

등록 2025.01.10 08:30:36수정 2025.01.10 14:42:5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뉴섬 주지사의 삼림· 물관리 잘못 탓하며 조롱.."사임해야"

이재민 18만명에 펠리세이즈 전소, 소방수 부족에도 냉담

2019년 산불 때도 뉴섬과 똑같은 공방전..기후변화 무시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8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한 건물이 '팰리세이즈 파이어' 산불에 휩싸여 타고 있다. 2025.01.10.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8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한 건물이 '팰리세이즈 파이어' 산불에 휩싸여 타고 있다. 2025.01.10.

[워싱턴=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건물 천여개를 태우고, 주민 십수만명이 대피했다.  이날 새로 시작된 산불까지 포함해 4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데, 진화 작업이 더뎌 피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별로 동정심이나 지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대신 민주당 소속의 개빈 뉴섬 주지사의 삼림 관리 잘못이라며  가짜 뉴스와 비난을 퍼붓고 자기 같으면 훨씬 더 이 위기를 잘 처리했을 거라는 말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2019년 캘리포니아 산불이 극심할 때에도 똑같은 말을 하며 뉴섬 주지사를 공격했다.  그런 오랜 정적을 향해 이번에도 캘리포니아주의 어류 보호 환경 정책 탓에 도시 지역의 물 부족이 생겼으며 소방수 까지 모자라게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뉴섬 주지사를 조롱하는 글을 온라인에 올리고 그의 사임까지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금까지 18만명의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가장 산불 피해가 극심한 태평양 연안의 팰리세이즈 지역은 완전히 전소되었고 헐리우드를 비롯한 고급 별장 주택들도 화마를 피해가지 못했다.  로스앤젤레스 최악의 역대급 피해 기록이다.

이번 산불로 2019년에 이어 트럼프 대 뉴섬의 두번째 대결이 진행되고 있다.  진보 성향의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의 최대 숙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산불은 정치적 싸움이나 티격 태격에 그치기엔 너무나도 큰 국가적 재앙이다.  그 동안 산불 기간은 해마다 더욱 더 늘어났고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물부족으로 인해 더 잦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기후변화 같은 환경 문제는 절대 인정하지 않고 자연재해의 증가를 정적들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신의 뜻으로 돌려왔다.  그러면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예산은 삭감하고 석유 석탄등 화석연료의 채굴과 개발 약속은 늘리고 있다.

트럼프는 산불로 초토화 되고 있는 캘리포니아 문제에 대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뉴섬은 물의 흐름을 열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무능한 주지사의 변명은 이제 그만.  지금도 너무 늦었다"는 대문자 구호를 올려놓고 그를 비난하는데 집중했다. 

뉴섬 주지사는 산불로 다 타버린 한 지역의 아직 불길에 덮여있는 한 주택 앞에 서서 트럼프의 비난에 대한 CNN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튼=AP/뉴시스]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이튼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건물을 집어삼키고 있다. 2025.01.10.

[이튼=AP/뉴시스]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이튼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건물을 집어삼키고 있다. 2025.01.10.

"지금 이 곳 국민들은 글짜 그대로 도망 치는 중이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 끝없이 달아나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를 못가고 가족들은 완전히 해체된 상태이다.  교회들까지 불타 없어지고 있는 이런 판국에 그 자(트럼프)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데만  급급하다"고 그는 말했다.

"나도 생각을 많이 했고 말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지금은 하지 않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트루스 소셜 계정을 통해서 캘리포니아주의 건조한 상태가 주 정부가 농장과 도시에 수자원을 배분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델타 빙어 같은 멸종 위기종이나 보호하기 위한 물관리 방식 탓에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캘리포니아주의  농장주들과 환경보호론자들 사이의 오랜 싸움에서 언제나 사업가들 쪽을 편들었다.  하지만 이번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물부족 논란은 그 것과는 관계가 없다 .  대도시 시스템의 엄청난 물 수요에 비해  LA같은 대도시 물관리 시스템이 이번 같이 큰 화재에 맞지 않게 설계되어 있었던 것이 원인이다.

LA시의 물공급량의 40%는 주 북부 지역의 주 정부 관할 수도사업으로 이뤄지지만 올 해에는 가뭄으로 물 공급량 자체가 크게 부족했다.  하지만 남부 캘리포니아의 저수지들은 올해에는 평년보다 높은 수위를 유지하고 있어 간신히 물공급이 지속되었다.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선 이번 산불 발생 당시 물공급량이 20%나 고갈된 상태였다.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소방당국은 매년 가을 겨울에 불어닥치는 산타 아나 강풍에 익숙해 있지만 올 해에는 거의 허리케인 수준의 폭풍이 불어 닥쳐 대응이 어려웠다.

산불 진화에 치명적으로 중요한 소방 헬기 조차 폭풍  때문에 출격하지 못해 진화율이 거의 제로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캘리포니아를 중대 재난 지역으로 지정하고 연방 자금과 자원을 투입하도록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바이든과 민주당 소속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비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바이든 임기 막바지에 일어난 산불 재난에 트럼프가 장담했던 대로 취임 후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연방 지원금 교부를 끊을 경우 국민 피해는 물론,  또 다른 정쟁의 새 접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