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임시완 "전 오징어게임 덕후입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이명기 역 맡아
잘못된 투자 유도 빚더미 코인 유튜버로
"처음 영희 보는데 마치 아이돌 같았다"
"제안 얘기 다 듣기 전에 무조건 오케이"
"팬심으로 했지만 명기 연기 매우 어려워"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제게 영희는 마치 아이돌 같았어요. 영희 목이 돌아가는 게 마치 아이돌의 칼군무처럼 보였습니다."
배우 임시완(37)은 2021년에 나온 '오징어 게임'을 보고 열광했다고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어마무시한 팬"이었다고 한다. 시즌1을 한 번에 몰아본 뒤 프런트맨이 이병헌이라는 걸 알게 되자 그는 곧바로 이병헌에게 전화를 걸어 "선배님이 프런트맨이셨냐"고 물을 정도였다. 자신을 "시즌2를 누구보다 기다린 사람"이라고도 했다.
"첫 촬영이 기억 나요. 츄리닝을 입고 숙소 세트장에 들어갔습니다. 제 팬심이 이뤄진 거죠. 해리포터 덕후가 해리포터 테마파크에 가면 그런 기분이었을 거예요."
'오징어 게임'을 그렇게 좋아했지만 출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다만 그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 작품을 택했다.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중에 소속사 대표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오징어 게임2' 제안이 들어왔는데 하겠느냐고 묻더라고요. 대표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무조건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성과 논리로 선택한 게 아니라 팬심이 더 크게 작용했어요."
임시완이 연기한 333번 참가자 이명기는 코인 유튜버다. MZ코인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잡코인인 달마시안 투자를 구독자에게 부추겼다가 구독자는 물론 자신까지 빚더미에 올라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게다가 여자친구가 임신했다고 하자 잠수를 타버렸다. 한 마디로 질이 나쁜 인간. 명기는 게임장에서 전 여자친구 준희(조유리)는 물론이고 MZ코인 방송을 보고 투자했다가 거액을 날린 타노스와 남규도 만나게 된다. 준희에겐 "애를 아직 안 지웠냐"고 묻고 타노스와 남규에겐 "모든 투자는 본인 책임"이라고 말한다.
임시완은 "팬심은 팬심이고 명기를 연기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임시완이 생각한 명기는 참 나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악한 사람까진 아니었다. 황동혁 감독도 명기는 인간적인 면도 가진 캐릭터이고, 임시완이라면 명기를 어느 정도는 착하게 보이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극 중 명기의 행동 역시 모호하다. 그가 임신한 준희와 함께 살아서 나가려고 할 땐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가도 준희가 손에 넣을 상금을 얘기하며 또 다시 투자 얘기를 할 땐 학을 떼게 한다.
"그런 사람도 있을 겁니다. 선천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순 없는데, 자꾸만 나쁜 선택을 하는 사람 말이죠. 저는 명기가 당장에 하는 말들은 모두 진심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아마도 명기는 자기 말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 준희와 아이를 책임지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들 모두요."
임시완은 '오징어 게임2'에서 자기 연기가 100점 짜리는 아니라고 했다. "만약에 제 연기가 100점이 되려고 했다면 명기에 대한 고민이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끝났어야 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어요. 촬영 내내 고민했거든요. 명기라는 사람에 대해서요. 감독님과 계속해서 의견을 주고 받았고요. 연기하면서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생각이 많았다는 게 다소 아쉽게 느껴져요."
살아 남은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명기와 준희의 이야기 역시 시즌3에서 절정을 향해 갈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명기와 준희의 앞날을 예상하며 준희 뱃속에 있는 아이를 둘러싸고 사건이 벌어지지 않겠냐고 예상하고 있다. 임시완이 반복해서 명기의 나쁜 선택에 대해 얘기하는 건 아무래도 시즌3까지 전체 이야기를 놓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게 시즌3에서 결정적인 선택을 하게 되느냐고 묻자 즉답을 피하면서 "아무래도 명기와 준희 관계에 대한 숙제가 남아 있고, 명기가 준희와 관계 안에서 선택을 해나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것처럼 임시완은 같은 나이대 배우 중 가장 출중한 연기력을 가진 거로 평가 받는다. 출연하는 대부분 영화·드라마에서 주연을 맡는데다가 그의 연기력을 생각하면 '오징어 게임2'에서 분량이 너무 적다는 인상도 받는다. 그러나 임시완은 "분량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징어 게임' 후속작을 본다는 것만으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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