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이 최고예요"…호텔 숙박 거절한 산불 이재민들 '왜?'
![[안동=뉴시스] = 류상현 기자. 2일 현재 13명이 거주하고 있는 안동시 풍천면 승통곡 경로당. 2025.04.02. spr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4/02/NISI20250402_0001808147_web.jpg?rnd=20250402181109)
[안동=뉴시스] = 류상현 기자. 2일 현재 13명이 거주하고 있는 안동시 풍천면 승통곡 경로당. 2025.04.02. spr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류상현 기자 = 경북도가 대형 산불 이재민들을 위해 '선진형 주거시설'을 제안하고 있으나 정작 이재민들은 경로당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대피한 주민들은 모두 3만6878명이다.
이날 오전 현재 대피소에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재민은 3275명(안동 1291, 의성 208, 청송 783, 영양 109, 영덕 884명)이다.
경북도는 이재민들이 대피시설에서의 불편한 거주를 해소하고자 호텔, 리조트, 수련시설 등의 '선진형 주거시설'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 이재민 정책으로 지난 2022년 울진 산불 때 시작돼 2023년에는 경북 북부지역의 기습 폭우로 텐트 등에서 자야 했던 이재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경북도는 이번 산불 이재민에게도 이같은 선진형 주거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용자가 많지 않다.
2일 현재 선진형 주거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재민은 안동의 인문정신연수원 48명, 임하호캠핑장 51명, 영덕의 국청소년해양센터 161명, 아리별마을 39명, 기타모텔 181명, 청송의 객주문학관 22명, 영양의 장계향문화교육원 41명 등 모두 533명으로 현재 대피 인원 3275명의 16.6%에 불과하다.
경북도에 따르면 연수시설·호텔 등 선진형 주거시설 40여곳이 확보돼 체육관 등에서 거주하는 대부분의 이재민을 수용할 여력을 갖췄다.
그런데도 이재민들이 이들 선진형 시설에 가기를 꺼리는 데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대부분 농촌에 사는 분들이라 아무리 시설이 좋아도 논밭과 멀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북도가 청송의 소노벨 리조트와 협의해 리조트측의 이재민 수용의사를 확인했는데도 이런 이유로 이 곳 이주는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안동시의 경우 1178명이 대피중이나 선진 주거시설에는 안동의 인문정신연수원 48명, 임하호캠핑장 51명에 불과하고 임하호캠핑장 51명, 안동체육관 361명, 다목적체육관 107명, 길안중 76명 등 595명(50.5%)이 '수용 중'이다.
나머지 535명(45.4%)은 경로당 또는 마을회관과 교회(1곳 19명) 등 자신이 살던 곳과 가까운 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좁은 경로당 또는 마을회관에서는 여러 명이 함께 숙식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불편이 따른다.
풍천면 어담2리의 '승통곡 경로당'에는 각 2평 정도의 방 2개에 현재 13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곳의 이용수(71) 씨는 "여러명이 함께 자다보니 다른 사람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설치는 일이 많고 화장실도 1개여서 매우 불편하다"며 "처음에는 인근의 초등학교에서 며칠 보내다 산불이 꺼지고 난 다음 이 곳으로 왔는데 '선진형 주거시설' 안내를 받지 못했다. 안내를 받았어도 거기 갈 형편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한 주민은 "여기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빨리 임시주택이 내가 살던 마을 가까운 곳에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경로당에서 식사와 의약품 조달, 목욕 등에서는 큰 불편이 없다고 말한다.
한 주민은 "목욕은 주 2회씩 목욕권이 나와 인근 온천으로 함께 간다. 어제는 동네 교회차로 갔다왔다. 차량 지원을 원하면 시에서 제공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잠자리 외에 가장 큰 불편으로 주민들은 옷과 빨래를 꼽았다.
한 주민은 "옷이 없어 어제 안동에 함께 가서 모두 1만원 정도 주고 겉옷 한 두 개를 샀다"고 말했다.
또 한 주민은 "마을에서 2명이 전동차를 타고다니는데 모두 타버려 지금 아무데도 못간다"며 "전동차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재민들에게는 멀리 있는 선진형 주거시설보다는 자신의 동네에서 함께 불편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경로당의 선진화'가 더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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