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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법 개정안 추진' 찬반 팽팽…"보호 필요" vs "남용 우려"

등록 2021.12.05 05:00:00수정 2021.12.05 12: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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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한 상황에선 피해 있어도 책임 감면

경찰 "책임만 크고 자율적 권한은 없어"

소방공무원 면책 조항 있어…해외 사례도

참여연대 "직무집행 과잉되면 인권침해"

'내부 징계 부담' '실전 훈련 강화' 지적도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서울경찰청이 신임 경찰 현장대응력 강화 특별 교육을 실시한 가운데 지난 1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 실내사격장에서 신임 경찰관들이 사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021.12.01.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서울경찰청이 신임 경찰 현장대응력 강화 특별 교육을 실시한 가운데 지난 1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 실내사격장에서 신임 경찰관들이 사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021.12.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최영서 수습기자 = 경찰이 직무 수행 중 시민에게 해를 입혔을 때 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의 법을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해당 법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경찰은 적극적 현장 대응을 위해선 보호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시민사회 등에선 공권력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에서 경찰의 책임 감면 규정이 담긴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장 경찰관이 긴박한 상황에서 직무 수행 중 타인에게 피해를 줘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면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경찰은 현장 상황에서 신속한 판단과 적극적인 법 집행을 위해선 개정안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아동·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이 발생해도 관련 직무에 대한 보호 규정이 없어 소극적으로 나서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생후 16개월 아동이 부모의 학대를 받다 사망한 일명 '정인이 사건'의 경우, 경찰은 판단 오류와 더불어 민원과 각종 소송 등에 대한 우려로 분리 조치에 나서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명의 여성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강윤성 사건에서도 경찰은 그가 전자발찌를 끊은 뒤 즉각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는데, 주거지 강제출입의 법적 근거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한 일선 경찰관은 "현장 대처에 대한 책임은 크게 지지만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은 크게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서울경찰청이 신임 경찰 현장 대응력 강화 특별 교육을 실시한 가운데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상무관에서 신임 경찰관들이 물리력 대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021.12.01.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서울경찰청이 신임 경찰 현장 대응력 강화 특별 교육을 실시한 가운데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상무관에서 신임 경찰관들이 물리력 대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021.12.01. [email protected]


지금도 형법 제20조엔 '정당행위' 조항이 있어 직무수행이 적법했다면 면책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찰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경우에 따라선 위법성이 인정되는 행위도 형사 책임을 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사 입법례도 개정안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현재 소방공무원엔 활동에 대한 면책 조항이 있다. 미국에도 유사한 면책 규정이 있으며, 별개로 경찰관이 상당한 혐의점이 있는 가해자를 강제로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법도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선 공권력 남용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참여연대는 지난 2일 논평에서 경직법 개정안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범죄'나 '긴박한 상황' 등 추상적인 표현으로 인해 경찰관이 자의적 판단을 내릴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다.

단체는 "사람의 생명⋅신체 보호를 위한 물리력의 행사뿐만 아니라 '경찰의 직무수행 전반'에 대한 형사책임감면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직무집행이 과잉될 경우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을 점차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개혁위원회 인권분과위원으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검거 과정에서 상해가 발생하거나 긴급 체포를 위해 어딘가를 들어가는 상황 등 정당한 공무집행의 경우엔 이미 형사처벌이 안 된다"며 "민사 책임을 지는 경우는 있지만 2018년 경찰법률보험이 도입되면서 변호사 비용, 소송비용, 합의금을 보험에서 지급해 상당 부분 해소가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경찰의 현장 대응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법 때문이 아니라고 보는 의견도 제기된다. 총기 사용의 경우 경찰 조직 내 징계 가능성이 부담으로 작용해 과감한 법 집행에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경직법 개정안 추진' 찬반 팽팽…"보호 필요" vs "남용 우려"


양 변호사는 "경찰 내부에서 장구 사용과 관련해 엄격한 기준을 운용하는데, 자칫 잘못하면(총기 사용으로 인한 범인 사망 등으로 인해) 징계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총을 못 쏘게 되는 것이다. 면책 규정과는 다른 문제다"라고 말했다. 

책임 감면 규정을 구체적으로 설계·도입하되 동시에 실전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인이 흉기를 쥐고 있다면 총을 쏘는 식으로 비례의 법칙을 적용해 면책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일 년에 한번 단체로 교육을 하고 있는데,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한 번씩 본인이 원하는 달에 자격 검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현장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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