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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ID.4 빨리 받으려면 대출해라"…'이자 장사' 논란

등록 2022.09.28 09:55:03수정 2022.09.28 14: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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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여신금융협회가 공시한 폭스바겐파이낸셜 금리 현황. 신차의 경우 폭스바겐파이낸셜 상품을 이용해 차량을 구입할 경우 평균 6.57% 금리를 적용한다. 전기차 ID.4는 이 평균 금리보다 훨씬 높은 7.7% 이율을 적용해 전기차 이율을 등에 업고 고이율을 받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여신금융협회가 공시한 폭스바겐파이낸셜 금리 현황. 신차의 경우 폭스바겐파이낸셜 상품을 이용해 차량을 구입할 경우 평균 6.57% 금리를 적용한다. 전기차 ID.4는 이 평균 금리보다 훨씬 높은 7.7% 이율을 적용해 전기차 이율을 등에 업고 고이율을 받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신차 출고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는 가운데 폭스바겐이 자사 파이낸셜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만 신차를 먼저 인도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파이낸셜 상품은 대출 이자가 국내 금융기관 차량 대출 상품 이자보다 훨씬 높아 차를 빨리 받고 싶은 고객 심리를 이용해 폭스바겐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고객이 원할 경우 대출을 받은 뒤 한 달 이후 그때까지 이자와 중도 상환 수수료를 내면 대출금 상환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폭스바겐이 일종의 '차량 특송료'를 챙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들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이달 출시한 전기차 신차 ID.4는 사전 계약 후 평균 12개월을 기다려야 고객들이 차량을 인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폭스바겐 공식 딜러들은 ID.4 사전 예약 고객들에게 "폭스바겐 파이낸셜 대출을 받으면 차량을 더 빨리 인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사전 예약 순서대로 차량 출고 대기 번호를 매기는데 폭스바겐 파이낸셜 상품 이용자에게는 대기 번호와 상관 없이 차량을 먼저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차량 구입 자금 대출은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에서 전담한다. 이 회사는 독일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AG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차량 구입에 따른 대출 상품을 많이 팔수록 당연히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6억) 대비 24% 증가했다.

문제는 차량 출고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는 상황에서 차량을 빨리 받고 싶어하는 고객 심리를 악용해 폭스바겐파이낸셜코리아가 지나치게 높은 이자율을 책정했다는 점이다.

실제 ID.4 전기차를 폭스바겐 파이낸셜로 대출 받아 구입할 경우  60개월 기준 금리가 7.7%에 달한다. 현대카드 할부 금리가 연 4%대인 것을 고려하면 3000만원 기준으로 폭스바겐 파이낸셜 상품을 이용하면 수 백 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

고객을 울리는 폭스바겐의 상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폭스바겐 공식 딜러들은 폭스바겐 파이낸셜 상품을 이용해 차량을 먼저 인도 받은 뒤에는 한 달 후 그때까지 이자와 중도 상환 수수료만 내면 파이낸셜 대출 상품을 중도 해지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실제 폭스바겐 파이낸셜을 이용해 차량을 일찍 인도 받은 고객들은 대부분 높은 이자 부담 탓에 대출을 중도 상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종의 '차량 특송료'로 고객들로부터 대출을 가장해 수십 만원을 챙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이 전기차 보조금을 이유로 파이낸셜 상품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폭스바겐 측은 일부 고객에게 ID.4 출고가 계속 늦어지면 자칫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폭스바겐 파이낸셜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택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정부가 주는 전기차 보조금을 볼모로 폭스바겐이 파이낸셜 서비스 영업을 더 늘리는 셈이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15일 오전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폭스바겐의 첫 순수 전기 SUV 'ID.4'가 공개되고 있다. 2022.09.15.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15일 오전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 서울에서 폭스바겐의 첫 순수 전기 SUV 'ID.4'가 공개되고 있다. 2022.09.15. [email protected]

ID.4 전기차 가격은 5490만원으로 '5500만원 이하' 전기차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837만원(서울 기준)을 100%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보조금 지급 예산이 한정돼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 보조금 지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최근 폭스바겐을 구입한 한 고객은 "폭스바겐이 자사 파이낸셜 상품을 이용하면 차량 출고가 빠르기 때문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안될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파이낸셜 상품을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 코리아는 자사 파이낸셜 상품을 이용하라고 고객들에게 강요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공식 딜러들은 폭스바겐 코리아가 실제로는 자사 파이낸셜 상품 이용을 유도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객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기차 동호회 한 회원은 "폭스바겐 ID.4를 지난 4월 사전 계약하고 대기 중이었는데 갑자기 10월에 차를 받을 수 있다고 연락이 와서 적잖이 놀랐다"며 "단 차량 구입 대금 결제를 일부 폭스바겐 파이낸셜 상품에서 대출 받아야 하는 조건을 내걸어 거절했다"고 밝혔다.

한 폭스바겐 딜러사 관계자는 "ID.4를 100% 현금을 주고 구입하겠다는 고객들이 많은데 이런 고객들은 폭스바겐 파이낸셜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들보다 차량을 더 늦게 인도 한다는 게 폭스바겐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폭스바겐의 고금리 파이낸셜 상품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ID.4 차량에 대한 고금리 파이낸셜 정책을 당장 폐지해야 한다"며 "카플레이션 현상을 악용해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코리아는 폭스바겐 파이낸셜 상품은 자사 차량 출고 시기와 전혀 상관 없다고 주장한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차량 배정과 출고는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며, 당사는 차량 출고와 관련해 어떤 지침도 딜러들에게 내린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빠른 차량 출고를 빌미로 고객들에게 파이낸셜 상품 이용을 유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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